고향, 고향사람들
고향, 고향사람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0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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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옥/(사)진주문화사랑모임
상임이사
고향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누구나 어릴때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정겨운 이름일 것이다.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언제나 우리에게 그리운 것이 고향일 것이다.

그러나 고향을 한번 찾아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시간이 없어서 만은 아닐 것이다. 고향을 찾아도 고향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가 어릴때 고향에 봄이 오면 산과 들에는 진달래, 개나리 등 온갖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가 하면 과수원에도 집뜰에도 배, 복숭아를 비롯한 각종 과일나무도 여기에 질세라 꽃이 피면서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논둑과 밭둑에는 나물캐는 아낙네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며, 망태기를 메고 소꼴을 베는 아이들의 장난기 넘치는 소리며, 새로 돋아나는 풀을 뜯어 먹이기 위해 소를 몰고 나온 사람들의 소모는 소리며,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소리요, 아무곳에서라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

봄이면 녹색물결이 일렁거리고 가을이면 황금물결로 넘실대던 마을앞 들판은 대부분 하이얀 비닐하우스가 차지했고 몇분 되지 않은 고향사람들 마저 하우스 안으로 불러들여 그곳이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보기가 힘든것 같다.

지난번 고향에서 만난 선배님께서도 “지금농촌에는 젊은사람은 커녕 사람들이 없네” 하시면서“70세인 내가 젊은편이며 그나마 늙은이들이라도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빈집은 늘어나고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들이 가고 나면 이곳은 누가 지킬 것인지 걱정”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었다. 그 옛날 동네어귀를 돌아 흘러가는 시냇물에는 피라미, 붕어, 메기, 참게등 각종 민물어종들이 수없이 노닐었고 밤이면 햇불을 들고 시냇가에서 고기를 잡던 추억들, 아름드리 정자나무밑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여름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밤을 새기도 하던 고향이요 고향사람들 아닌가. 지금은 맑은 시냇물은 커녕 냇가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그렇게 많던 민물고기들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고 정겨웠던 정자나무밑에는 고향사람들은 커녕 스산한 바람만이 스쳐 지나갈 뿐이니 더욱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분들이 그 어려움속에서도 묵묵히 고향을 지켜오셨기 때문에 터덜대던 고향길도 말끔한 포장도로로 변했고 겨울에도 여름과채류인 수박이나 멜론 딸기를 먹을 수 있으며, 신선한 채소류는 물론이고 먹거리 만이라도 풍족하게 만들어준 분들이 바로 고향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고향이 없고 고향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그곳이 있고 그분들이 계시기에 명절에도 성묘 때도 우리들은 고향을 찾고 고향사람들을 만나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럴진대 지금이라도 우리들은 고향을 돕고 고향사람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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