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ㆍ안 상생의 길 찾아야
문ㆍ안 상생의 길 찾아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10 18: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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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갈등이 이제 미봉할 수 있는 지경도 넘어서고 있다. 야당은 분열하면 망한다는 것은 60년 야당사가 증명하는 역사다. 힘을 모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임에도 분열로 인해 패한 사례가 많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의 기로에 섰다. 안철수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표에게 자신이 제안한 혁신전대 거부를 재고하라며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달라”고 했다. 혁신전대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으로 들린다.


그러나 만약 안 의원이 탈당하면 여당에 맞설 수 있는 크고 힘 있는 야당을 건설해 달라는 야당 지지자들의 염원과 배치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안 의원 입장에선 그동안 문 대표와 당내 친노세력의 기득권 지키기 행태에 실망이 컸을 것이다. 실제로 문 대표는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친노 기득권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름대로 혁신안을 마련했지만 국민 호응은 미미했다. 현재의 리더십으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유로 안 의원은 혁신전당대회를 제의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를 치른다고 해서 지금 벌어지는 분열과 갈등 양상을 일거에 해소하고 수권비전을 갖춘 야당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문 대표가 혁신전당대회를 거부한 이유로 내세운 ‘사생결단, 분열의 장’이 될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조직도 세력도 없는 저는 꼴찌를 해도 좋다고 각오하고 드린 제안”이라는 안 전 대표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제1야당이 봉착한 분열과 국민 외면이라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선거 체제 전환을 서두르겠다고 하지만 정치적 동력은 미지수다. 정치적 기반인 호남 지역에서 문 대표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추락했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다. 당 안에선 통합선거대책위 구성 요구가 여전하고, 당 밖에선 이미 탈당한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신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야권 분열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미 통합의 희망이 사라진 만큼 차라리 합의 분당을 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다시 합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는 당에 남아 문 대표와 치열하게 혁신경쟁을 벌이는 게 옳다. 다행히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제안했던 10대 혁신안을 전폭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속 거부하다 석 달이나 지난 후에 갑자기 수용한 것을 문제 삼아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보다 혁신안의 실행을 주도하는 것이 당에는 물론이고 안 의원 본인에게도 유리하다고 본다. 10대 혁신안에 포함된 부패혐의 기소자의 당원권 즉시 정지와 부패혐의 유죄 확정자 제명만 제대로 실천해도 당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상당수 비리연루 의원의 공천이 배제되고, 구속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는 제명될 수 밖에 없다.


탈당은 안 전 대표뿐 아니라 제1야당에도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분열상만 보이는 야당과 그 중심에 선 자신을 시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최악의 선택은 피할 줄 알아야 한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권의 총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제1야당을 지키며 문 대표와 협력해 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신당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천정배 신당’ 등이 생기더라도 새정치연합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안 의원과 일부 의원이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면 수도권 선거에서 야권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총선승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당내 분열만 계속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이 말에 책임을 지려면 안 전 대표와 함께 죄를 짓지 않기 위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입장과 견해가 다르면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의 자세다. 그런 정치력은 발휘 못하고 서로가 일방적 기자회견을 통해 장군 멍군 식으로 치고 받는 정치놀음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소음으로 국민이 제1야당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다. 그에 따른 책임은 문·안 두 사람이 지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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