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자 ‘부업’으로 내몰린다

2018-07-12     강정태기자

많게는 월 100여 시간 연장근로해 가족부양
월 수십만원 수입 줄어 “어떡하지?” 한숨만
야간·주말 아르바이트 뛰는 ‘투잡족’ 늘어
그나마 최저임금 인상 탓에 ‘하늘의 별따기’


사천에서 항공회사 생산직으로 일하는 김모씨(33)는 올해 주52시간 근무로 인해 연장근로에 제한이 생겼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연장근로를 적게는 70시간, 많게는 100여 시간을 자처하며 가정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올해 주52시간 근로 적응 기간부터 시작해 이제도가 시행되니 연장근로에 제한이 생겨 이번 달부터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본급에 잔업, 특근 수당까지 300여만원 가까이 받았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230여만원 이상을 못 벌게 됐다. 몸이 편한 것 보다 가정을 먹여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한데, 집에 일찍 들어가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지출이 더 많아져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 임금은 적어졌는데,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그만큼 비용발생이 크다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벨’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주 52시간근무제가 연장근무 수당 감소 등으로 임금이 적어지면서 도내 직장인들을 ‘부업’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가 ‘저녁 있는 삶’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조업체 등에 종사하는 도내 노동자들의 각종 수당이 줄어들면서 월급이 적어진 근로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경남도의 경우 개정법 적용 사업장은 2016년 기준 206곳으로, 이들을 제외하고도 50인에서 300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0년 1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1년 7월 1일부터 의무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잔업, 특근, 야근수당으로 버텨오던 도내 단순노무직 근로자들이 평일 최대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넘기지 못해 부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부업을 찾는 근로자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방학기간을 맞은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여기에 직장인들은 대다수 회사가 사규나 계약조건에 회사의 허가 없이 겸직할 수 없는 탓에 징계나 해고를 피하기 위해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는 열악한 근로환경 위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가 오히려 시간제 근로자들과 초과근무 수당 비중이 높은 직원들에겐 임금이 줄어들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획일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특성과 예외사안이 반영되고, 인가 연장근로나 탄력 근로제 등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