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성현(聖賢)의 말씀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2021-03-25     경남도민신문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현(聖賢)의 말씀

언젠가 공자(孔子)를 두고 서울의 모 대학교수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고, 진주의 모 초급대학 겸임교수란 자가 신문의 기고를 통해 ‘2000년이 넘은 공자의 쾌쾌 묵은 사상은 이제 폐기처분하여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공기는 올해 2572년이고 불기는 2565년, 서기는 2021년으로 불교의 팔만대장경전이나 기독교의 성경이나 유교의 논어사상은 모두가 2000년이 넘은 대표경전으로 전 세계인구가 선호하는 베스트셀러이다.

물론 25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모든 말씀이 현시대에 다 옳다고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말씀은 지금도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이고 전 세계인이 숭상하는 경전인데, 명색이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란 자가 대 성현의 경전을 폐기처리 운운한다는 것은 실로 경솔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태이다.

각박한 현 시대에 불교의 자비정신이나 기독교의 박애정신, 유교의 인(仁)의 사상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면 이 세상은 바로 극락이요 천당이요 정말 살만한 이상세계가 될 것이다.

필자는 향교나 성균관에 출입하는 유림의 한 사람이기에 논어의 두 세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것이다. 공자의 제자 안연이 유교사상인 인(仁)이 무엇인지 물었다. 공자께서는 “내 스스로 내 마음을 다스려 예(禮)에 어긋남이 없이하는 것이 인이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요즘 경찰이나 검찰의 눈치 볼 것 없이 내 스스로 예에 어긋난 일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또 증자가 말하기를 “유능하면서도 무능한 사람에게 묻고, 많이 알면서도 적게 아는 사람에게 묻고, 있으면서도 없는 듯 하고, 가득 차 있으면서 텅 빈듯하고, 남이 침범해도 맞받아 다투지 않는다”라고 했으니 이 얼마나 겸손을 강조한 말인가. 요즘 조금 있다고, 조금 안다고 남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인 사람들에 대한 경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대하여 묻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소임을 충분이 다하라는 말이다. 지금의 시대에 대입한다면 삼권분립이 되어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대법원장은 대법원장다워야 하며, 국회의장은 국회의장다워야 할 것이다. 권력의 균형이 깨어지고 어느 한쪽의 시녀 노릇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2500년 전에 이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