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에게

권선숙

2012-11-11     경남도민신문

전회를 건다


그늘 아래 앉아
긴 통화를 끝내고 나면
먹먹해진 그리움의 귀와
따뜻해진 휴대폰의 등줄기에


추억의 아랫목에 묻어 둔
지아비 따뜻한 밥그릇이 생각나는데


늙어버린 내 사람
이젠 죽이 좋단다

은근한 불로 뭉글하게 끓인 흰죽
속이 편한
한 그릇의 죽이 되고 싶은 마음


쌀밥 같은 흰 꽃 두어 송이
따서 손에 들고
속삭인다

아련하게 멀어진 사월의 꽃밥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