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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9회 국민강좌] 한국사에 나타난 통일과정과 바람직한 통일론 - 국학원
icon 정길선
icon 2012-04-06 11:35:12  |  icon 조회: 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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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9회 국민강좌] 한국사에 나타난 통일과정과 바람직한 통일론 - 국학원

[9회 국민강좌] 한국사에 나타난 통일과정과 바람직한 통일론
강만길 | 상지대학교 총장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에서 살고 있다. 수천 년을 함께 살아 온 민족이 타의에 의해 남북으로 갈려진지 한 갑자가 지났다. 민족통일은 왜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결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통일을 이루려면 분단된 이유를 알아야 한다. 왜 일제에 지배를 받아야 했고 왜 분단되었는지의 근본을 알지 못하면 해결방법도 모를뿐더러 현 상태를 고수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동양3국 중 우리정도의 문화수준으로써 중국이나 일본이 군사대국이 될 동안 왜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하지 못했을까? 우리는 분단국이기 때문이다. 분단시점을 돌아보면 1945년 광복은 우리가 만든 광복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광복이었다. 이 상황은 6.25전쟁을 발발시켰고 민족끼리 죽이는 동족상잔의 상처를 남겼다. 이 때 베트남처럼 전쟁통일이 이루어질 뻔도 했다. 북의 남침으로 남한의 95%까지 점령당했었고 연합군의 격침으로 거의 통일을 눈앞에 두고 중공군의 참여로 전쟁이 멈췄다. 강대국들의 회담으로 38선경계가 휴전선으로 굳혀져 분단이 된 것이다.


38선은 우리민족이면 다 한을 품는 선이다. 이 선은 우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영국 사람의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기 이전, 19세기 일본은 일찍이 서구문물을 받아들여 신흥국으로 부상했다. 식민지가 필요했던 일본은 대만을 낚고 더 내려갔으나 이미 필리핀은 미국이, 말레이시아는 영국이, 자바스카는 화란이 세력을 펼치고 있었다. 이 때 청나라에 와 있던 영국 공사는 일본의 의도를 눈치 채고 왜 조선으로 나가려 하지 않느냐고 했다. 전쟁을 하지 않고 독차지할 방법까지 거론했다. 한반도에서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청나라가, 이남은 일본이 차지하면 서로 좋은 게 아니겠느냐는 거였다. 당시 조선은 원세개가 군인을 주둔시킨, 명목상으로는 청나라 속국이나 다름없었다. 영국의 그런 제안은 청, 일과의 전쟁으로 영국이 얻는 이익도 짐작케 한다.


일설에 의하면 한반도의 지세는 묘해서 한반도에 대륙세력이 강해지면 일본을 겨누는 비수가 되어 일본이 불안해지고 해양세력이 강해지면 대륙을 침략하는 다리가 되어 만주지역이 위험해진다고 한다. 이 지리적 위치 때문인가? 실제로 러일전쟁 전에 러시아의 세력이 한반도에 다소 강하게 미치자 일본은 자국이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영국과 미국의 도움을 받아 러일전쟁을 일으켜 이겼다. 그 결과 일본은 한반도를 강점했고 그것을 발판으로 만주와 중국 본토를 침략했다. 6.25 전쟁 시 유엔군이 북진하게 되자 그 사령관 맥아더 역시 만주폭격을 주장했다. 당시 강대국들은 우리나라를 놓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밀고 당기는 세력다툼을 벌였던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날 때의 상황을 추론해 보면 일본이 8월 7일이나 8일경 미리 항복했다면 소련은 참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미국세력권이 모두 장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택동과 장개석 정권도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만약이지만 반대로 일본이 조금만 늦게 항복했다면 미국은 당시 최전방기지인 오끼나와 기지 1/3을 잃은 상태로 반격하기 힘든 상태로 소련이 참전했을 것이다. 이때 사할린을 점령한 소련의 세력은 일본까지 사회주의로 변하게 했을 것이다.


당시 이러한 판세를 알아차린 게 일본과 미국이었다. 그래서 8월10일 38도선을 만들고 소련이 참전하지 못하도록 미리 북의 관리권을 주었다. 우리는 분단을 원하지 않았지만 강대국들의 상황이 분단을 만들었다. 강대국들에게는 38선의 경계로 힘의 균형을 이룬 셈이다.

우리는 강제로 분단되었으니까 통일해야 하고 분단된 남북이 모두 엄청난 군사비용을 교육비나 사회복지비로 돌리기 위해서도 통일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 주민들과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게 살기 위해 한반도가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통일해야 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에서 분단된 민족은 우리와 독일, 그리고 베트남이었다. 분단된 세 민족 중 베트남은 전쟁통일을 했고 독일은 흡수통일을 했다. 우리 민족만이 21세기로 들어선 지금까지 통일하지 못한 분단국이다. 독일의 흡수통일을 보고 우리도 기대했지만 어느 쪽으로도 흡수통일이 될 가능성도 없다. 역시 그 지정학적 위치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남쪽이 무너져서 중국과 러시아 세력권의 북쪽이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것을 미국이나 일본이 방관하지 않을 것이고 북쪽이 무너져서 미국과 일본세력이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가 방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결국 21세기적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 당국자들은 전쟁통일은 말할 것 없고 흡수통일도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그 시점에서부터 이미 '협상통일'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이 모두 전쟁통일과 흡수통일을 부인하고 있는 실정에서 '협상통일'의 경우 1국 1정부 1체제 통일이건, 1국 2정부 2체제 통일이건 무엇보다도 평화정착 과정이 필수적이다. 어느 정도 평화가 정착되어 전쟁위험이 완전히 없어진 후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통일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통일문제와 주변 강대국, 이른바 4강 문제가 직결되어 있다. 평화통일인 이상 대륙 쪽 중국과 러시아에 치우치거나 일본과 미국에 치우치는 통일이 아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제3의 독자적 위치를 확보하면서 통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1세기에 들어선 시점의 한반도 7천만 주민은 지난 세기의 두 번에 걸친 역사 실패를 극복하고, 진정한 평화통일을 이루고 지역평화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세 번째 기회를 잡는 데 실패하지 않을 만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1세기는 평화주의와 문화주의를 지향하는 지역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시대이다. 유일하게 분단되고 대립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전쟁위험이 높은 화약고로 지목되고 있다. 남북 한반도지역의 젊은이들은 21세기의 국제인, 세계인으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제 민족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제 조국이 화약고로 지목되는 상황인 채로는 국제무대에서 떳떳하게 활동할 명분과 자격을 얻기 어렵다.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도 또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평화스럽지 못한 분쟁지역이면 곧 후진지역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남북 한반도주민들이 앞으로 평화롭고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 통일을 해야 하고 또 지역평화와 세계평화에 공헌하기 위해 통일해야 한다는 점이 더 부각되어야 한다.
2012-04-06 11: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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