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반사(半生半死)의 정신을 추방하자
반생반사(半生半死)의 정신을 추방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29 19:1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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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무변허공(無邊虛空)에는 이곳과 저곳이 없다. 그렇다면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으니 ‘너다’, ‘나다’ 하는 투쟁과 ‘좋다’, ‘나쁘다’와 ‘가는 해’ ‘오는 해’의 분별도 있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금년은 노래기로 회도 쳐 먹을 만한 비위의 정치권부터 사회각 분야에서 하찮은 일로 다툼과 혼란이 너무 심한 한해였다. 이유는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이다.

상대를 공경하면 싸울 일이 없다. 좋았던 사이라도 자꾸 다투면 원망하는 사이가 된다.

남은기간 동안 을미년 마무리 깔끔하게 하고, 새해에는 전 국민이 밝게 웃으며 살아가자.

밝은 얼굴은 밝은 미래를 가져오고, 어두운 얼굴은 어두운 미래를 가져온다.

부드러운 얼굴, 인자한 얼굴, 빙그레 웃는 얼굴, 밝은 표정으로 바꾸어보자. 내년에는 모든 분야에서 탐욕의 고리를 싹둑 끊어버리자.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제 1조건이다.

나의 지갑에든 돈이라도 내 돈이 아니다. 지금 진료를 받으면 병원에 넘겨질 돈이요, 밥을 사먹으면 식당 주인께 넘어갈 돈이다. 그저 잠시 잠깐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잘나가고 있는 사람도 의시대지도 말라. 제 할일 제대로 못한 며느리 멋만 부리며 밉살스럽게 굴듯이 제 할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물들의 부정비리에도 종지부를 찍자.

지금의 자리도 잠시 관리하고 있는 자리일 뿐이며, 이 몸뚱이마저도 내 것이 아님을 알자.

남보다 좀 더 가졌더라도 과시하지 말라. 자신의 지위나 부를 과시하면 사회악의 원천이 된다. 비단이 곱다 해도 말보다 더 고운 것이 없다. 힘 좀 있다하여 거친 말로 남을 무시하고 비윤리적 행동을 하게 되면, 딸 죽은 사위처럼 모든 관계가 점차로 끊어지고, 결국 재앙만 따르게 된다. 새해에는 첫째, ‘나’ 자신부터 화내는 마음을 버리도록 하자.

화를 내면 다툼과 험담, 폭력으로 이어지고, 끝내는 끔찍한 범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교만을 버리자. 겸손이 가장 큰 덕이다. 내려가면 올라간다. 둘째, ‘나’ 자신부터 한 살 더 먹은 나잇값을 하도록 하자. 얄팍한 미끼와 술수로 남을 유혹하지 말자. 비겁한 행위는 비단옷 입고 밤길 가기다.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자. 빚 주고 뺨 맞는 억울한 사람 없도록 상대입장을 헤아려보며 텅 빈 마음으로 자연스럽고, 구김살 없이 살아가자.

셋째, ‘나’ 자신부터 무지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사람이 되자. 어리석으면 남에게 잘 속는다.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심성을 잘 갈고 닦으면 금강석보다도 맑고 예리한 지혜가 샘솟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갈고 닦아 빠진 도낏자루처럼 쓸모없는 사람은 되지 말자.

배우는 순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절절히 확인할 수 있지만, 배움을 떠나면 자신이 똑똑한 걸로 착각하게 된다. 무지한 비렁뱅이는 하늘을 불쌍히 여기기 일쑤다.

거지끼리 서로자루 찢는 행위나, 부잣집 막내처럼 무위도식하는 사람 없도록 하자.

모두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땀 흘리며 생업에 종사할 것을 결심하고, 자신의 일에 온 생명력을 다하여 결사적으로 부딪쳐나갈 것을 다짐하자. ‘반생반사(半生半死)’의 정신은 추방되어야한다. 물속의 달을 건지려는 어리석은 짓도 그만두도록 하자.

경기회복 마음먹기 달렸다. 뺑덕어멈 외상 빚 걸머지듯 카드빚에서 해방되자.

잘사는 것은 마음을 잘 쓰는 것이다.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

개인주의를 버리고, 봉사와 나눔의 실천 속에 국가와 민족의 안녕과 번영을 도모하며, 이기심과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기 역할에 충실할 한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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