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10 19: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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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시인ㆍ소설가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노래와 가수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장안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장안(長安)이란 말은 본디 중국 서안시(西安時)의 옛 지명(地名)으로 한나라와 당나라의 수도였다. 그런데 모화사상(慕華思想)에 물든 우리나라 양반들이 그대로 들여와 소위 ‘서울장안’이라 하면서 수도(首都)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런 사실에 비추어 보면 쓰지 말아야 될 말이긴 하지만 언어습관이라는 게 한 번 뿌리 내리면 그대로 굳어져서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 법이다.


아무튼 그렇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그 가수는 언제 그런 사람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데 갑자기 등장한 신데렐라처럼 각 방송 매체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내보이고, 그의 노랫말은 유행어가 되어 전국을 날아다니며 각종 상품광고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 가수가 견뎌왔을 시간들은 결코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요즈음에는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타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나이 어린 연예인들도 많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가수 역시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그가 무명생활을 하면서 삼켰을 서러움의 눈물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도 우리는 능히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비단 그 가수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운동선수들이 그러하고, 다른 예술 분야 역시 그러하다. 그렇다고 그게 또 어디 예술분야일 뿐일까? 사업이며 학문분야 등 인간들이 경영하는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무명의 서러움과 각종 난관을 극복하고, 때로는 질시의 시선을 견뎌내며 오랜 자신과의 싸움 끝에 성공을 일궈내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비로소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박수를 보내줘야 할 사람들이 어디 그들뿐일까? 무명의 서러움을 견뎌내고 드디어 떠오르게 된 그들도 그들이지만 그들 뒤에는 더 많은 무명인들이 있다. 그 무명인들 역시 서러움을 떨쳐내고 솟구쳐 오르기를 꿈꾸지만 끝내는 제대로 된 날갯짓 한 번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박수를 받는 그 한 사람 뒤에는 서러움의 눈물을 삼키며 쓸쓸히 사라져가는 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다.

한 마리 물수리가 먹이를 사냥하며 물을 박차고 솟구쳐 오르려면 강이나 호수를 채우는 물이 있어야 한다. 끝내 쓸쓸히 사라져 가는 많은 무명인들은 바로 그 물에 해당되지 않을까. 그들이 없이는 누구도 떠오를 수가 없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자들이 날개 펴고 떠오르는 자를 뚜렷한 존재감으로 서게 하고 빛나게 하는 게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랜 무명을 이겨내고 떠오른 자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내면서도 이름 없이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저 많은 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특정인과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평범한 일과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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