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를 잘 하려면, 청중부터 연구하라!
스피치를 잘 하려면, 청중부터 연구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06 18:31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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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스피치킹스 대표
 

스피치아카데미를 운영하다보면 참 많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난다.


면접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 승진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 영업을 목표로 하는 세일즈맨, 협상이 필수인 사업가, 가르치는 일이 직업인 교수자, 강사... 선거를 앞두고 있는 예비 단체장, 연예인 지망생, 아나운서 지망생, 성우 지망생, 승무원 지망생, 미인대회 후보까지...

예전에는 ‘말 잘 하는 직업’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과 관련 없는 직업 찾기가 힘들 정도로 ‘말 잘하는 능력’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KBS통계에 따르면 ‘말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로 ‘매사에 긍정적이며 책임감이 있어 보인다.’가 1위,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잘 이끈다.’가 2위로 선정되었다. 역시, 말을 좀 잘 하면, 한 사람의 긍정성, 책임감, 리더십까지도 돋보이나 보다. 반대로 말을 잘 못하면 어떨까. 동일한 통계에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치명적 약점’으로 ‘말 못하는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가 1위, ‘말주변이 없어 대인 관계가 좋지 않다.’가 2위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시, 말 잘하는 사람의 강점을 ‘대인관계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보는 견해를 더 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사회적 인식에 대해 무작정 반론하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역시 당신 또한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안에 ‘스피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피치 능력’이란, ‘말만 잘하는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상호작용의 전 과정을 포함한다. 하지만, 유독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한 가지는 ‘청자들이 달라졌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말을 좀 잘 하고 싶은 연사들이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왜 청자들이 달라지고 있고, 어떻게 달라졌을까....

필자는 그 원인을 한국 사회의 ‘집단문화 양산’과 ‘매체의 발달’로 보고 있다.

우리가 말을 주고 받아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가. 직장과 학교, 가정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한 말씀’ 해야하는 곳이 얼마나 늘었냐 말이다. 동창회, 부부동반모임, 산악회, 학부모회, 동호회, 각종 계모임까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대게 2~3개 이상의 모임에 속해 있을 것이며, 타인들의 이해관계와 소통 속에 사회생활이란 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즘들어 ‘저녁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지만, ‘점심회식’, ‘조찬모임’ ,’티 타임’ 등 얼굴을 바꾼 또 다른 형태의 ‘회식 문화’까지 등장하면서,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집단문화’ ‘조직문화’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만연한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예전에야 이런 ‘모임’의 형태에서 리더 한 사람이 마이크 꿰차고 주구장창(?) ‘한 말씀’하고 있을 수 있었지만은, 요즘은 뭐 어디 그런가! 목소리 가다듬고 “에~존경하는 000회 여러분,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하는 순간 ‘에이~ 뭐야. 저사람 또 시작이군. 눈치가 저렇게 없나?’ 하면서 본격적으로 안 들을(?)준비들을 한다. 이게 요즘 청자들의 인심이다. 필자의 아카데미에는 요즘 들어 이런 고민을 가지고 오는 수강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사회에서 리더의 자리에 계시는 분들이다. 각종 인사말에 축사, 답사, 주례까지... ‘한 마이크’ 하시는 분들인데, 왜 한 두 번 초짜도 아니고 이런분들이 고민을 가지고 스피치를 배우러 오시는 걸까...

확실히 요즘 청자들은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말씀’ 하는 연사라면, 당신이 연단에 서서 말을 하는 순간에 ‘싸아~’ 해지는 공기와 청중들의 시무룩한 얼굴을 대면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것 때문에 가슴 쫄린(?)적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또 그 정도 추억 정도는 있어줘야 스피치의 묘미니까... (웃음) 그렇다면, 청중들은 왜 이렇게 냉혹해진걸까. 싸늘한 시선과 금새 시들해지는 반응, 급기야 재미없으면 보란 듯이 팔짱을 낀 채 깊은 잠에 빠져드는 청중들... 예전의 그 인심 좋던 청중들은 어디로 가고, 왜 갑자기 무서운 ‘청중평가단’이 앉아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 하자면, 갑자기가 아니다. TV를 틀어 보시라. 채널을 돌릴 때 마다 얼마나 재밌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착착 들어오는지... 출연자들의 멘트는 하나같이 촌철살인 예능감을 장착하고 나오고, 여기에 더해지는 자막과 CG는 생생함을 넘어 당신을 수준있는 시청자로 만들어 준다. 이제 더 이상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관객이, 청자가 적극적인 소비주체가 되고,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개인은 ‘듣는 욕구’가 발달 되어 가는 것이다. 필자는 청중의 수준이 올라 간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자, 어떤가. 이제 우리는 ‘청중’을 연구해야한다. 성공적인 스피치의 시작과 끝은 이제 ‘청중’을 얼만큼 고려했는가에 달렸다. 하지만 기억하라. 당신도 누군가의 ‘청자’라는 것을... ‘한 말씀’하시고픈 당신, 이제는 누군가의 좋은 청중이 되어 스피치 연습을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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