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말의 요점이 뭔데?”
“그래서 말의 요점이 뭔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2 18:1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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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스피치킹스 대표

한참을 듣고 있던 희수씨가 애써 말을 가로막는다.

짜증 반, 안쓰러움 반 섞인 표정이지만 말투는 꽤나 조심스럽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말을 꺼낸 희수씨. 머쓱해진 종현씨가 슬그머니 시계를 본다. 작은 시계바늘이 한 칸 옆으로 지나가 있다. 한 시간쯤 지난 것이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쭈뼛해진 종현씨가 카페 사장님께 “물 한잔 주세요” 빈 말을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독자 여러분들은 금방 눈치 채셨을 것이다. 왜냐, 여러분들이 한번쯤 겪어 보았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희수씨나 종현씨, 둘 중 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던가.,, 종현씨는 정말 몰랐다. 자신이 그토록 오랜시간 떠들어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애처롭게도 희수씨는 알았다. 상대가 아까부터 숨도 안 쉬고(?) 랩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말’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이었다. 앉기 바쁘게 서로의 근황을 물어봐 주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사이좋게 관심을 가져 주던 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그만 방향을 잃어버린 것은 ‘근황토크’가 길어져 ‘수다판’이 되면서 부터다. 사업이야기, 주변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그만하면 얼추 된 것 같은데 어느 시점부터 종현씨가 ‘자기 말’속에 꽂혔다. 아니, 갇혔다.

어디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튼 종현씨의 말은 곧... 달리는 경주마로 발전(?)해 있었다. 말(馬)에 말(言)을 태우고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속이 붙은 말은 이제 멈출 줄을 모른다. 급기야는 앞으로, 옆으로, 심지어 뒤로 돌아 마구 날뛰어 다녔다. 방향감각을 잃은 것이다.

그렇다. 희수씨는 종현씨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목적없이 가는대로 날뛰는 미친(?) 경주마가 떠오를 뿐이었다. 말려야 했다. 말리지 않으면 한 시간, 두 시간 아니,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말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이 드는게 더 불안했다. ‘용기를 내자.’ 희수씨는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계속해서 눈을 마주쳐주고 의미 없는 고개 짓을 해 주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아니, 서로 더 가치로운 일에 열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이 상황에서, 그럼 왜 진작 끊지 실컷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끊느냐고, 예의가 아니라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 맞다. 실컷 말하고 있는데 상대가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면 맥이 빠진다. 찬물을 확 끼얹은 것처럼... 기분이 나쁘기도 나쁘고. 해서, 지금까지 참은 거다. 상대가 기분 나쁠까봐. 그리고 혹시 모르지 않은가, 자신이 좀 더 들어 줄 수 있을지... 해서, 좀 더 참아봤지만 “응~”, “그랬어?”, “아~ ”와 같은 추임새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는데도 종현씨가 말을 멈추지 않자 드디어 희수씨가 용기를 낸 거였다.

“그래서 요점이 뭐야?”

그래, 이것이 문제다. 요점없이 말 하는 것. 말 하려는 내용을 정리 정돈 하지 못하고 초점(주제)없이 말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what), 왜 그것을 말하고 있는지(why),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혹은 그 말에 있어서 맥락에 해당되는 방법이나 결론이 무엇인지(how)를 말로 정리할 수 있어야 듣는 사람에게 ‘요점’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수다를 떠는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듯 스피치의 정석을 보이라 는 것이 아니다. 수다는 수다니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말하기 속에서도 소통은 즐겁고, 정보와 감동, 나눔이 넘쳐나니까...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여. 우리, 조금만 더 ‘배려하는 말하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 혹, 자신은 언변이 뛰어난 것 같은데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살펴보시라.

한 주제를 너무 오랫동안 말 하고 있지는 않은지(내용구성), 간결하게 말하고 있는지(표현기술), 중간 중간 상대방의 의중을 살피고 있는지(청중고려)...이제는 요점을 제대로 말하고, 청중이 즐겁게 들어줄 수 있는 말하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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