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향기16-‘그깟, 일만원!’
지리산향기16-‘그깟, 일만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7 19: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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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바야흐로 봄이다! 완연한 봄이다! 지리산 남녘의 매화를 시작으로 축제의 막도 올랐다. 봄바람 살랑거리는데 집안에 있기에는 아쉬운 가족, 연인,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알려주는 축제소식을 듣고 모여 든다. 오가는 길, 차가 막히고 식당은 붐비고 사람들의 어깨가 툭툭 부딪혀도 마냥 즐거운 것이 축제에 오는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축제 천국이다. 군 단위 별로 지역마다 축제 서너 개쯤 안하는 곳이 없다. 너무 많은 행사를 보면서 사실 좋게 느껴지지 않은 적도 있다. 저 많은 축제들이 과연 비용을 들인 만큼 잘 운영되고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지역에 살다보니 축제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손님을 맞이하느라 협동하는 모습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시골에 살다보면 문화 예술 공연을 접하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 축제가 그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부분도 있고 또 먼 곳에 있는 친구나 가족을 축제 핑계로 불러서 우정과 가족애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이렇듯 잔치와 같다. 잔칫집에는 사람이 많이 와야 한다. 오가느라 택시도 타고 버스도 타고 기름도 넣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잔칫집 덕에 동네 사람들 가게도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인심도 넉넉해진다면 그 잔치는 성공한 잔치일 것이다. 잔치는 즐기자, 고 차리는 것이고 즐기자, 고 오는 것이다. 모든 일에 즐거움이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해야 하고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작년에 나는 진주유등축제를 보러 가서 기함을 하고 왔다. 전에는 차를 타고 가면서 그 화려한 불빛을 보고 언젠가 나도 저 불빛 가까이 가서 함께 놀아야지, 다짐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일부러 큰마음을 내어 갔다. 그런데 사방이 가로막혀 있고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쾌감이 밀려왔고 오느라 막힌 길의 짜증까지 같이 겹쳐졌다. ‘그깟 돈 일만원!’이 대수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분 문제였다. 우리나라사람처럼 기분에 죽고 기분에 사는 사람 없으니 이것은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결국 화가 나서 보지 않고 와버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돈이 문제였다. 그동안 우수축제로 선정되어 정부 지원이 나왔는데 오년 연속 선정되어 상한제에 걸린 모양이었다. 우리 지리산의 하동군 야생차문화축제도 같은 경우여서 그렇게 되면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아까운 축제를 어찌해야 하는가!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진주성대첩을 재현하는 유서 깊은 축제다. 왜군과 싸워서 이기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순국하기도 한 역사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는 축제인 것이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명예대표축제로도 선정이 되고 세계적으로도 계속 알려져서 가고 싶은 축제 중의 하나인 이 축제에 대하여 옆 동네 사는 나도 걱정이 된다.

해답은 돈인데 입장료 징수만이 답이었을까? 일괄적인 입장료가 편리하기는 하다. 처음에는 충격이어도 ‘그깟 일만원!’ 사람들은 쉽게 돈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벼르고 왔어도 마음이 상해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이미지가 나빠지면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좋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돈을 내고 들어가게 되면 그만한 대가를 바라는데 무료로 보던 것보다 더 좋은 퀄리티를 요구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부만이 즐기는 축제는 지역축제가 아니다. 주말에 멀리서 온 친구나 가족과 같이 어울릴 수 없는 축제는 점점 지역민들의 흥미를 잃게 할 것이다. 손님들만 와서 즐기는 축제의 의미가 과연 있을까?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어야 하는 게 축제의 진정한 멋이 아닐까!

여기서 우리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수익은 꾀하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남강에 유등 사이로 유람선을 띄우든지, 캐릭터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든지, 유등 축제에만 와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를 고민하여 수익과 연결하는 것이다. 일단 인색한 가림 막은 축제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는다. 그것을 칠 비용을 아끼고 불필요한 경비부터 막아서 실속 있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4월2일부터 화개에는 벚꽃축제가 열린다. 한동안 동네 사람들은 낮에 화개장터를 지나갈 일이 걱정이지만 대부분 불평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리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여기저기 자발적인 장터가 열리고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사진가 세 명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하동야생차문화센타 계곡 건너편 십리벚꽃길에 ‘밭두렁 사진전’을 열어 축제의 전야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가 가볼 수 없는 지리산 곳곳의 사진들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조명도 비추고 가수들을 불러서 노래를 들려줘도 특별한 입장료가 없는 우리들의 축제, 그 진정한 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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