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노/진주경찰서 남강지구대 경위
최근 진주시 관내 한 목욕탕에서 40대 노숙인이 다른사람의 물건을 훔치다가 피해자에게 발각되어 검거됐다.
이 노숙인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60대 아주머니가 이 노숙인을 보고 너무 불쌍히 생각해 목욕비와 얼마의 음식값을 주고 목욕탕 안에까지 데려다 주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물건을 훔치다 검거된 것이다.
그런데 이 노숙인이 붙잡혀 온 지구대에 어떻게 알았는지 목욕탕에 보내주고 음식값을 준 아주머니가 찾아온 것이다.
이 아주머니는 노숙인이 얼마나 불쌍하게 보였는지 속옷도 사고 집에 있던 옷가지 등을 가지고 다시 목욕탕으로 갔다가 지구대에 잡혀 갔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뛰어온 것이다.
또 노숙자가 조사 과정에서 벌금 40만원 벌금으로 수배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노숙인의 가상계좌로 입금 시켜주고는 자신이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잘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또 경찰들에게 이 노숙인을 꼭 씻겨 드리고 싶었는데 남탕이라 들어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미안해 했다. 아주머니는 또 노숙인에게 집에서 싸가지고 온 여러 과일을 건네주면서 지구대를 나오면 교회에 오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지구대를 떠났다.
처음에는 이 아주머니와 노숙인 사이에 뭔가 사연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주머니는 단순히 노숙인을 도와주기 위해 선행을 베푼 것이었다.
경찰생활 25년만에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눈앞에서 천사를 본 것 같았다.
이날이 부활절 전날이었는데 한 시민의 훈훈한 선행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부활절을 즈음해 의미를 더 한 것 같다.
이제 파릇파릇한 4월이다. 거리 곳곳에는 꽃들이 넘치고 사람들은 이 꽃들과 활기를 넘치게 된다. 가족 나들이가 많아지고 모두가 행복해 하는 계절이 찾아 왔다.
하지만 소외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이 사회에 선행을 베풀수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노숙인을 도와준 이 아주머니의 선행처럼 남을 돕는 문화가 지역사회에 널리 전파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