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의 촛불(燭火)
결혼식장의 촛불(燭火)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2 19: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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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 진주문화원 회원
 

결혼식장에 참석해 보면 식이 시작하기 전에 신랑·신부의 어머니가 손을 잡고 입장하여 단상의 촛대에 꽃혀있는 청색 홍색의 양초에 점화하는 예식의 절차가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하여도 결혼식장의 단상 좌우에 촛불 모양의 전등을 여러개 설치해 놓고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더니 요즈음에는 그런 시설은 치우고 청·홍색의 굵은 양초를 준비해놓고 점화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 혼례를 하는 자리나 교회식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이다. 이로 보아 결혼식 직전의 촛불 점화는 전통 혼례나 신혼예식에서 자리를 굳힌 풍습인 것 같다. 촛불은 더러운 것과 속된 것을 모두 태워버리고 성(聖)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실계(界)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고 불행과 고난이 존재하는 속된 세계이다. 이것을 불로 태워 정화시켜야만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된다고 하는 성(聖)의 세계가 열린다.


성의 상황을 만들어 놓고 결혼식을 올려야 두 사람이 온전한 결합을 하게되고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촛불을 켜 놓는 것이라 한다. 이것은 조상께 제사를 지낼 때라든지 고사를 지내거나 굿을 할때에 촛불을 켜 놓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결혼식은 원래 밤에 하던 것이므로 낮에 하면서도 밤을 상징하는 촛불을 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을 밤에 하는 까닭의 하나는 혼돈(混沌)적인 성(聖)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조상에 대한 제사나 굿의 중요 절차는 밤에 진행해 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 하겠다. 결혼식을 밤에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결혼은 양과 음의 결합인데 음기는 양기와 달리 밤의 어두움을 좋아하고 밝은 대낮에는 흩어진다. 그러므로 결혼은 음기가 흩어지지 않은 밤에 해야만 음과 양이 온전하게 결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음양 사상에서 보면 아주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결혼식은 횃불을 들고 밤에 하였고 결혼식이 끝나면 곧바로 신방에 들었다고 한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 결혼식을 밤에 올리는 데에는 많은 불편의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황혼 무렵의 시간대로 하였는데 그것도 불편이 많아 후대로 내려오면서 낮 시간으로 바뀌어 갔다.

여려가지 불편함 때문에 결혼식을 낮에 하기는 하지만 밤을 나타내는 뜻에서 촛불을 켜는 것이라 생각한다. 촛불은 자기의 몸을 태움으로서 밝은 빛을 발산하여 어둠을 밝히고 더러움을 정화(淨化)시켜주는 아름다운 자기희생이다.

조상들은 사용하는 불의 기능에 따라 마을에 변고가 생기면 횃불, 나라에는 봉화불, 부처님전에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인등불, 주막전에 주등 초롱불 모닥불등 조상들은 불의 기능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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