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소리 중독
일상에서의 소리 중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3 22: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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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다양한 소리들에 노출되어 있고 그 소리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음악소리라 하더라도 템포는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가령, 백화점 안에서 흐르는 음악은 느리다. 고객들이 천천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쇼핑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몇 년 전 홍콩에서 잘 알려진 식당을 찾아갔는데 매우 크고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빠른 템포 음악이 계속 들리니 식사를 빨리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워낙 손님이 많아 테이블의 빠른 회전을 위한 전략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소리의 영향을 받고 그 소리에 젖어있다.


또한 불쾌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소리를 소음이라고 하는데 그 중 생활소음을 언급하면 대체로 아파트 층간소음을 많이 떠올린다. 특정 지역의 비행기 소음도 해당된다. 생활소음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갈등이 극에 달아 층간소음에 관련된 뉴스는 상식을 벗어난 극단적 해결방법으로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활소음 이외에 병원 입원실이나 대중교통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뿜는 소음을 언급하고 싶다. 가족의 입원으로 인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병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그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소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잠시 병문안을 다녀올 때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가족의 장기 입원으로 인해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입장이 되어 보니 여러 가지 소음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아침 드라마에서부터 요일별 드라마와 반복되는 뉴스까지 종일 켜있는 입원실에서의 TV는 환자의 조용한 휴식환경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보호자나 간병하는 사람이 무료하면 병실에서 TV를 시청하기보다 휴게실에 마련된 공간을 활용해야 맞다.

또한 다인실의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 울림과 통화소리는 상대방의 인적 상황을 다 짐작할 만큼이다. 이처럼 입원실에서의 TV 소리와 전화소리 등은 편안한 치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방해요소라고 여겨진다.

잠깐이지만 시내버스나 택시에서도 라디오나 TV는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의식적으로 거슬려 듣거나 피곤해하지 않는 것 같다. 늘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병문안 목적으로 방문하였는데, 6인실에 TV가 없으니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실이 조용하니 환자와의 대화도 작은 소리로 나누게 되고, 전화도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 스스로가 목적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고 타의에 의해 분주해지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적어도 병원 내에서의 TV나 전화소음으로 환자 휴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말아야 된다. 설치되어 있으니 보는 것이지 원래 없으면 그 목적에 맞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여서 크고 작은 소음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안정된 병실을 조성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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