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내가 돈 벌 때 누가 보태준 것 있냐며 부모형제는 물론 아무리 딱한 사람을 만나도 전혀 돌아볼 생각을 않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슬기가 더 많은 사람이 참아야한다.
날마다 불어나는 재산만 바라보며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 혈안이 되어, 한번 들어온 재물은 전혀 내보낼 줄 모른 인색한 사람이 부자(富者)들 중에 의외로 많다.
돈 많이 벌었다는 사람을 부러워 말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가족한태도 냉혹하게 굴며, 돈 되는 일이면 못 할 짓이 없고, 돈 나가는 일에는 눈먼 봉사나 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사람은 가까이 말라. 이렇게 잔뜩 긁어 모아놓고 죽으면 그동안 연락 한번 없던 자식들이 몰려와 시신도 나가기 전 유산분배로 싸움판 벌리기 일쑤다.
그런 모습은 속곳 벗고, 함지박에 뛰어들듯이 죽어서까지 주위로부터 톡톡히 망신을 당한 수전노들의 최후의 비참한 모습이다. 죽은 자는 이 광경을 보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밤낮 잠 안자고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며, 저 많은 재산을 모았던가.
가슴을 치며 통곡해도 때는 이미 늦다. 비록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도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은 내어주며 따뜻한 말 한마디, 지식반토막이라도 기꺼이 나누어주며 살아가자.
욕심이 항상 나를 화나게 하고 억울하게 만든다. 죽은 뒤에 리무진타고 호화로운 장례 대접받는 것보다 누더기 걸치고 살아있을 때 인정 나누며 사람 대접받고 사는 것이 낫다.
나에게 당장 필요치 않은 것은 필요한 이에게 나누어주며 소박하게 눈부신 삶을 살아가자.
그래야 지상최고의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욕심이 많으면 항상 남의 잘못과 단점만 보이게 된다. 그러면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은 감추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점점 깊은 죄업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마침내 헤어날 길이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늘 남 눈치만 살피게 된다.
“옛날에 어떤 스승이 마당가 화초밭에 모란꽃 한포기를 심어놓고 날마다 김 메고, 물주고, 거름 주며, 정성껏 가꾸셨다. 그리고 흐뭇한 눈길로 꽃을 바라보는 걸 낙으로 삼고 살아갔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님께서 외출한 사이 꽃밭을 메다가 실수로 모란꽃 포기를 찍어서 파내버렸다. 스승님께서 자식보다 더 아끼시던 꽃이었기에 큰일이 난 것이다.
제자는 혼이 쑥 빠져나가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 자리에 털 석 주저앉자 버렸다.
혼 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던 차, 그날따라 스승님께서 외출에서 일찍 돌아오셨다.
제자는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조심스레 스승님 앞에 꿇어앉아 자초지종을 아뢰었다.
스승님께서는‘내가 모란꽃을 사랑한 것은 그것을 보고 즐기기 위한 것이었지, 그것이 없어졌을 때 화를 내기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주눅이 들어 있느냐? 괜찮다. 그러나 실수로라도 산 생명을 죽인 건 잘한 일은 못된다. 이다음에는 조심하도록 하라’며, 오히려 위로해 주셨다”좋고 나쁜 모든 것은 원료나 자재보다도 그것을 만지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쏟아진 물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다. 찍혀서 파내버린 나무도 다시 되살릴 수 없다.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다.
큰 산을 오를 때는 서둘지 않는 법이다. 삶의 길을 천천히 성실히 가도록하라.
살아갈수록 시야는 넓어진다. 남겨놓은 것이 재산 보다는 업적과 기록과 인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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