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운동 기념탑 이전은 재검토 되어야
형평운동 기념탑 이전은 재검토 되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9 19:2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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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애/진주시의회 의원
 

진주에 살면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진주정신이 살아있고 도심에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역사의 보고인 진주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의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운동, 불의에 저항한 농민항쟁, 선비정신의 상징인 남명사상, 임진왜란 당시 3대 승전의 하나인 진주대첩, 7만 민관군이 순국한 계사년 전투 등은 진주정신을 대표하는 자랑스런 진주 역사의 산물이다.

최근 진주시는 진주정신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기념하는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조성하면서 20년 전 진주성 앞에 건립된 형평운동기념탑을 이전하려고 한다.

이 형평운동기념탑은 1923년 4월 25일 조선시대에 가장 차별받던 천민 백정들이 저울처럼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며 만든 ‘형평사’라는 진주에서 조직된 우리나라 최초의 단체 활동을 기념하는 탑으로써 1996년 진주시민 1500여명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진주성 앞에 조성된 것이다.

한국인권운동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형평운동은 우리 역사상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는 가장 대표적인 인권운동이자 진주정신의 상징이다.

일반인들에게 그리고 후세들에게 형평운동의 정신을 이어가고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형평운동기념탑은 평등과 자유의 정신을 상징하는 그 의미도 중요하지만 궂이 진주성 앞에 형평탑을 세울 수 밖에 없었던 그 본질적인 이유를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자리는 천한 백정의 신분으로 수백 년 동안 진주내성은 물론이거니와 외성조차도 들어갈 수 없었던 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비록 외성이긴 하나 진주성 앞에 형평탑을 설치하기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 장소이다.

지금 진주시에서는 비움을 컨셉으로 한 진주대첩광장을 조성하면서 진주정신을 상징하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나 상징적인 조형물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비우겠다고 한다. 진주대첩과 관련이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역사적인 모든 것은 유기적 관계에서 녹아나는 것이다. 어떻게 진주대첩과 형평운동이 연관이 없다는 것인가? 진주대첩과 계사년 전투 등에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호국정신, 구국정신은 탐관오리의 횡포에 맞서 불의에 항거했던 농민운동, 즉 농민항쟁으로 퍼졌다. 이 저항운동은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신분해방을 갈망하는 백정들의 반차별, 인간존중운동인 형평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역사는 결코 단절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진주대첩광장을 조성하되 그 광장에 가장 진주다운 정신이 살아있고 진주의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 함께 어우러질 때 진주대첩광장은 훨씬 더 빛이 날 것이다. 비움의 컨셉은 진주의 역사를 대체할 정도의 비중있는 컨셉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형평운동 기념탑 이전 계획은 재검토 되어야 하며 재검토 과정에 반드시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시민, 전문가,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실시설계업체와 행정이 진주대첩광장에 대한 방향을 잡고 형평탑 이전은 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진주대첩광장 실시설계가 6월이면 완료 된다. 그 전에 진주시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 보다 완성도 높은 진주대첩광장이 조성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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