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과 새마을 운동 ‘46년 전 우연의 일치’
지구의 날과 새마을 운동 ‘46년 전 우연의 일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21 18: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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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1970년 4월 22일 수요일.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역사적으로 중요한 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이날 미국 각지에서는 첫‘지구의 날’ 행사가 열려 약 2000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이 주창하여 첫 행사를 개최했으며, 이 날을 계기로 국제 사회는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지구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행사가 중단되었다가 1990년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관심에 힘입어 제2회 대회가 전 세계적으로 열리게 되었다. ‘1990년 지구의 날’ 행사는 ‘Earth Day 1990’ 주제로 전 세계 100개국, 500여 단체가 참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땅을, 이 하늘을,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해”라는 구호 아래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국토’, ‘하나뿐인 생명’ 등 3개의 주제로 첫 행사를 개최했으며 현재는 세계 184개 나라에서 매년 치러지고 있는 세계적인 환경행사가 됐다.


1970년 같은 날 한국에서는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마을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은‘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빈곤퇴치 운동이었다. 새마을운동은 1970~80년대 국내에서 활발하게 전개됐고 농촌근대화에 큰 힘을 발휘했다.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1990년대 이후 침체됐던 새마을운동이 몇 해 전부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탄자니아와 우간다 등 아프리카 빈곤퇴치를 위한 유엔의 사업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몽골과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도 확산되었다. 남미 볼리비아와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기도 했으며 중국 남쪽의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인근 리수이현 바이마(白馬) 농업기술산업원이 새마을운동의 사례였다. 전체 면적이 91만㎡에 이르는 농업기술산업원에는 넓은 시험재배지와 비닐하우스·유리온실이 세워졌다. 2011년 우리나라 정부는 4월 22일 ‘새마을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에서는 초가집을 없애고 슬레이트 지붕을 덮었다면 21세기 중국 장쑤성 창조우(常州)시의 우지(武進) 저탄소시범지구에서는 에너지 절약형 주택 시범단지로 에너지 절약, 에너지 자립형 주택이 대신하고 있다.

‘지구의 날’운동은 당연히 환경운동이고, 환경운동은 녹색(Green)을 기치로 내세운다. 공교롭게도 새마을운동도 녹색 새싹이 그려져 있는 녹색 깃발을 내걸고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전개된 새마을운동 자체가 환경운동은 아니었다.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면서 농촌 주변 생태계는 훼손됐다. 마을길과 도랑을 콘크리트로 덮고, 초가지붕과 생울타리를 없앴다. 수확을 늘리기 위해 논에 통일벼를 심었으나 냉해와 목도열병에 약한 탓에 농약과 화학비료가 대량으로 사용됐다. 결국 참새와 제비, 민물고기, 반딧불이의 터전이 점점 사라진 것이다.

반면에 전 세계 사람들은 한국의 산림녹화에 경탄하고 있다. 국토 전체가 완전히 헐벗었다가 수십 년 만에 다시 울창한 숲을 회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반세기만에 산림이 다시 우거지게 된 것은 1960년대 식목과 사방공사가 꾸준히 이어진데다가 벌목을 철저하게 단속한 덕분이었다. 이런 산림녹화에서 새마을운동도 역할을 했다. 마을길이 포장되면서 연탄이 꺼지지 않고 농촌 구석구석까지 공급이 되면서 산림 벌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새마을운동의 성과가 환경보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새마을운동은 이제 녹색새마을, 그린코리아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환경운동과 구별하기 어렵고 구태여 구별할 필요도 없다. 그런 새마을 운동이 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환경운동이 제대로 만나 21세기 상황에 맞는 내용을 담는다면 빈곤퇴치와 환경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해 지구환경을 지킬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속에서 진정한 녹색성장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없는 세상’의 저자 앨런 와이즈만은 그의 저서 한국어판 서문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화해하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은 진정한 아름다운 꿈’이라고 했지만, 와이즈만은 환경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 때문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 문제의 본질은 인간의 탐욕에 있고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 이론이 맞다면 인류는 영원히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아니면 급격한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인간이 멸망만 한다면 지구의 환경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지구환경오염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지구환경 보호의 날인 ‘지구의 날’을 맞이하여 지구변화와 기후변화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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