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CO₂400ppm 돌파 지구온난화 가속
칼럼-CO₂400ppm 돌파 지구온난화 가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1 18:1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CO₂400ppm 돌파 지구온난화 가속


이제 우리는 ‘CO₂400ppm 시대’에 살게 됐다. 기후변화는 21세기 피할 수 없는 화두(話頭)다. 인간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기체가 이산화탄소(CO₂)다. 이산화탄소는 태양이 지구표면을 데운 열을 대기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온실 역할을 한다. 석탄과 석유를 쓰지 않던 산업혁명 이전에도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구성성분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있었다. 지구 위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은 사실 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다면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 18도의 얼음왕국일 터이니 사람은 물론 거의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들다.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온실효과가 더 커진데서 비롯됐다. 이산화탄소를 담요에 비유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농도, 즉 담요가 두꺼워지면서 일어나는 문제다.

미국 NASA 산하 연구소(GISS)가 발표한 올해 8월 세계 평균기온을 보면, 1880년 기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였다. 2015년이 지난 136년 중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그런데 2016년 1~8월 월별 평균 기온은 작년보다 대략 0.4도 높았다. 최근 수십 년 기온 상승 속도는 10년에 0.13도 정도였다. 올해는 '역대 최고'였던 작년에서 다시 0.4도나 올라간 것이다. 며칠 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평균농도가 심리적 저지선인 400ppm(피피엠, parts per million)을 돌파했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뉴스매체들은 지구과학자들의 말을 인용,‘CO₂400ppm, 기후변화의 문지방 넘다’라는 경고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1958년 처음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5ppm이었다. 20세기 후반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 농도는 계속 늘어 2000년 370ppm을 돌파했고 2016년 지구과학자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400ppm을 넘은 것이다.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은 2.3ppm으로 최근 10년 동안의 연평균농도 증가량 2.1ppm을 웃돌고 있으므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런 속도를 유지할 경우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기 구성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가 ‘ppm’이다. 쉽게 얘기하면 ‘100만개 중에 몇 개’즉 ‘CO₂400ppm’은 공기를 구성하는 100만 개의 분자 중에 400개의 이산화탄소 분자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절 따라 변동한다. 북반구 산림이 왕성한 광합성을 하는 여름에는 나뭇잎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그 농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낙엽이 지는 겨울에는 농도가 올라간다. 9월 말은 여름 동안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흡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농도가 최저로 떨어질 때다. 그런데 지난 9월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산화탄소는 안정된 기체여서 한번 생기면 수백 년간 없어지지 않는다. 화석연료 사용은 계속 늘어날 추세다. 그래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이산화탄소가 앞으로 400ppm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이산화탄소의 농도이다. 우리나라는 기상청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래, 2012년에 400.2ppm으로 처음 400ppm을 넘어섰으며, 2015년에는 407ppm이 관측되었다고 밝혔다. 증가 속도도 전지구 평균보다 빠르다.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의 국내 관측기록을 보면 안면도가 407ppm으로 가장 높았고, 제주도 고산이 406.5ppm, 울릉도 404.2ppm, 독도는 404.3ppm으로 나타났다. 물론 편서풍에 의한 중국의 영향도 있겠지만 청정지역으로만 알고 있던 제주도와 독도가 이산화탄소 고농도지역이라는 것이 놀랍다.

지난 5일 태풍 ‘차바’가 제주, 부산, 울산지역을 관통하며 인명과 막대한 재산을 앗아갔다. 부산 마린시티 방파제를 뛰어넘어 고층빌딩 사이로 밀려드는 파도는 영화‘해운대’장면이나 후쿠시마 지진해일을 연상시켰다. 제주도 앞바다의 바닷물 온도가 섭씨 28도 이상 유지되었기 때문에 태풍이 커졌다는 기상청 발표를 감안해볼 때 때늦은 태풍을 기후변화와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산화탄소도 감축해야 하지만 지난 10월 태풍 ‘차바’처럼 기후변화에 의해 파상적으로 달려드는 자연재해 관리가 더 큰 과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