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정폭력에 대해서
기고-가정폭력에 대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8 18: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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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
 

이동화/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가정폭력에 대해서


“기쁨이나 행복에 대한 탐구보다는 고통에 대한 탐구가 진정 인간을 불안으로부터 구원한다”-빅터 프랭클

직업상 폭력과 연관된 상황을 많이 본다. 제일 많이 경험하는 것은 장유 일대에서 벌어지는 가정폭력이었다. 가정폭력은 술값시비 등의 다른 폭행범죄와는 좀 다른 점이 있다. 폭력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그 자체를 볼 수가 있다.

어떤 원인으로 시작되었건 간에 가정폭력의 결과는 참혹함만 남긴다. 가족들 사이에 생기는 신체적 상처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수십 년간 지속되는 정신적 트라우마에 묶인다.

나는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폭력이 좋은 결말을 남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역사를 통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럼에도 사람들은 의미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상처를 남긴다. 왜일까? 이에 대한 고민은 수백 년에 걸친 철학자들의 화두였다.

인간의 폭력성을 설명한 이론은 크게는 3가지의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이것이 ‘본능’이라는 주장, 또 하나는 ‘학습의 결과’ 라는 주장이다. 마지막 하나는 ‘자기 성찰의 부재.’ 라는 주장이다.

1백년전 프로이트는 인간의 폭력성을 ‘본능’ 이라고 주장했다. “타나토스(공격욕동)” 이라는 개념의 탄생이었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했다.

“싸움, 범죄, 전쟁 등을 포함한 온갖 파괴적이고 가학적인 행동들에 나타난 인간의 공격성은 다른 동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천성적인 것이며, 이 천성적 본능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어 발산할 적당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키너를 비롯한 신행동주의 철학자들은 다른 주장을 했다.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이 아니고 가족, 친구, 교사를 통해 개인에게 학습된 결과라는 것이다.


“부모의 칭찬하는 말과 다정한 눈길 같은 강화적 보수만으로도 폭력적인 아이가 고쳐지는 것을 수도 없이 봤다. 사람들이 ‘천성적’ 이라고 부르는 행동들은 놀랄 정도로 완전하게 고쳐진다” -B.F.스키너

결국 폭력성은 환경과 학습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행동함으로서 가족들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경험이나, 부드럽게 행동함으로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은 그 아이를 공격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부드럽고 온화한 행동도 그렇게 학습된다.

그러나 인간이 본능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주장이나 외부의 학습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는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자유 속에서 의식과 성찰을 통해 발전해온 모습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와 스키너에 이어 탄생한 제 3학파,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폭력성은 자기반성과 성찰의 경험이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어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자기반성적 존재’ 이다. 이것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본질이다”-에릭 프롬

결국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사람에게 자기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적 결심으로부터 온다.

나는 지역경찰관이다. 사람들에게 성찰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관이 방문한다는 사실, 자신의 선택이 폭력이 되어 경찰관에게 까지 도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정폭력 관련자들에게는 성찰의 기회가 되는 것 같았다.

거친 환경, 트라우마, 미래를 향한 불안, 그런 것들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것은 언제나 내적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노력이다.

“show 끝은 없는 거야. 네가 만들어가는 거야”-김원준 5집 from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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