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아침을열며-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2 18: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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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를 이해하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모든 상황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산소를 ‘산소까아쓰’로 탄소를 ‘탄소까아쓰’로 발음하는 영상에서부터 국회에서 동료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볼펜 세우기를 하던 영상, 티브이에서 후보토론 중에 토론을 포기하며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못한 채 무조건 “그러니까 대통령을 하려는 거지요?” 버럭 화를 내는 것도 봤다. 그래서 평소에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는 그녀를 이해하기가 정말이지 어려웠다. 손으로 산을 파서 옮기기보다 더 어려워 보였다.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태민을 먼저 관찰해봐야 한다. 그는 목사였다. 일각에서는 사이비 목사라고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목사연 한 건 사실이다. 그는 목사질을 하면서 사람을 현혹하는 재주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자각한다. 사실 보통의 지각 능력만 있고 그것을 잘 활용하면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심미안이 있다. 다만 많은 이유들로 인해 애초 그 능력이 무지에 의하거나 억압받기도 해서 사장되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최태민 같은 영악한 캐릭터들은 그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잘 발달시키고 이용한다.

최태민은 일찍이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였다. 부인도 여러 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점점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심감이 생겼다. 개인적인 짐작인데 그가 한창 활동할 70~80년대에 번창해서 지금까지 기독교 재벌 종교재단으로 자리하고 있는 여의도에 본부를 둔 한 기독교재단의 영화가 자극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부자와 권력 가까이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는 스스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자신이 권력이 될 것은 포기한 것 같다. 대신 이미 권력를 가진 쪽으로 다가가 장악하고 권력까지 쟁취할 기획을 세웠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여자들을 호리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가진 걸 진작 알아차렸으니 쉽게 그녀가 타깃이 되었다. 타깃이 된 시기가 그녀의 모친이 총에 맞고 유명을 달리한 그 전후가 되지 싶다. 모친을 잃고 마음 둘 곳이 없었던 그녀의 상황이 최태민에겐 절호의 찬스였다. 인간은 가장 외로울 때 그 가장 외롭게 하는 원인을 꼭 찍어내 위로해주면 마음을 연다. 대개의 경우엔 펑펑 울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문학에서는 이 과정이 설사를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해서 설사라는 말을 따서 ‘카타르시스’라고 말한다.

모르긴 해도 그녀도 펑펑 울며 모친 잃은 마음의 상처를 알아주는 최태민에게 감사하며 마음을 열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그녀가 이해되기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이해는커녕 그녀에 대한 이해가 더 꽉 막혔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늙은이에게? 고민은 오히려 깊어졌지만 그녀에 대한 이해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나와 내 나라를 속이고 가능하다면 영원히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모 신문에서 최태민과 최순실과 그녀의 관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사화했다. 그것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가 잡혔다.

신격화! 최태민은 그녀를 신격화했다. 다시 말해 그는 그녀를 여신으로 대했다. 이미 죽은 모친을 대신해 국모의 역할로 권력의, 즉 지배자의 단맛을 만끽하는 중인 그녀에 신성을 부여하며 특권의식과 선민주의를 귀구멍에다 솔솔 흘려 넣으며 부추기자 그녀는 마음이 해파리처럼 풀어져 그에서 모든 걸 맡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독재자로 죽을 때까지 나라를 손아귀에 넣고 있었고 그의 시각으로 볼 때 그 권력은 잘만하면 자신의 손 아귀에 들어올 수도 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최고 권력을 부추겨 그 직속 기관으로 그녀를 앞세워 ‘새마음 운동 본부’라는 걸 만들어 총재로 차고앉는다. 나중에는 그녀의 ‘육영재단’까지 접수해 큰 방에서 하얀옷을 차려 입고 흔들의자에 앉아 권력의 노른자를 차지했던 것이다. 그녀가 조금은 이해된다. 더 안쓰럽고 불쾌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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