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람의 향기
도민칼럼-사람의 향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08 17: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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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사람의 향기


사람의 얼굴과 이름이 모두 다르듯 사람의 향기도 다 다르다. 사람의 향기란 그 사람의 용모와 인품, 능력 등에서 풍기는 종합적 이미지로 상대방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느낌, 즉 감정이 아닐까 싶다. 보통사람의 향기는 그 사람의 생전과 사후(死後) 상당 기간 지인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곧 사라진다. 그러나 공자나 예수 같은 성인들의 좋은 향기는 수천 년을 전해오면서 세계인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고, 우리나라 역대 통치자들이나 훌륭한 선조들의 향기도 역사와 함께 오래도록 전해질 것이다. 물론 그들의 향기도 시대 변화와 개인의 생각에 따라 좋은 향기로, 또는 나쁜 향기로 전해질 수도 있다.

사람의 향기는 우선 용모에서 훤칠한 키에 얼굴이 반듯하게 잘생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또 인상이 착하고 순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험상궂고 악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마음이 넓고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이기적이고 제 욕심만으로 가득 찬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용모나 마음에서 천차만별의 향기가 만들어지고 그 향기는 상대편의 마음으로 전해지게 된다. 그러니까 반듯한 용모에 좋은 인상,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누구에게나 좋은 향기(감정)를 주어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할 것이며, 그와 반대로 인정머리 없고 쌀쌀맞은 사람, 욕심 많고 양보와 배려를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등은 아무리 많은 재물과 높은 식견을 가졌더라도 나쁜 향기를 풍기게 된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인간미가 넘치는 좋은 향기를 주기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식견과 인품도 있어야 하고, 또 그에 걸맞은 언행과 겸양의 미덕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보편적 생각으로는 지식이 높고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람을 존경할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막상 그런 사람들에게는 인간미가 없다느니, 융통성이 없다느니, 차갑다느니 하며 손가락질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오히려 보통사람으로 살면서 원칙을 별로 중히 여기지도 않고, 주위의 부정 부조리와 적당히 융화하며 요령껏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한테서 인간미와 더 좋은 향기가 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향기가 짙은 사회는 부정 부조리를 예사롭게 생각하고 적당주의와 나쁜 요령이 만연하게 되어, 결국은 정치판과 법질서까지 허물어지게 하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향기를 크게 좋은 향기와 나쁜 향기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돕는 사람, 희생정신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사람, 어느 곳에서나 궂은일 힘든 일을 솔선하는 사람, 깊은 애국 애족심을 가진 바른 정치인이나 의사(義士)들, 2세들을 올바른 국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애쓰는 진정한 교육자 등에서 존경할만한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뚜렷한 국가관이나 애족심도 없이 설쳐대는 사이비 정치꾼들, 공직을 위민봉사자로서가 아닌 단순한 생계수단으로만 알거나 또 다른 목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예사로 남을 중상모략하거나 해코지하는 사람, 사회질서를 혼란케 하는 사람, 겸양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강·절도나 사기꾼 같은 사람 등에서는 나쁜 향기가 풍기는 것이다.

요즘 정치인들, 특히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대부분의 사람한테서 별로 좋은 향기가 풍기지 않는다. 진정으로 국가 장래를 위한 좋은 정책이나 국민부담을 늘리는 재원의 출처에는 입을 다문 채, 마치 자기 쌈짓돈을 주는 것처럼 무조건 더 주고, 일 덜하면서 편히 살게 해주겠다는 우선 듣기 좋은 달콤한 소리만 늘어놓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옳은 정치인이 없는 것 같고. 정치가 실종되어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온갖 화려한 껍데기와 감언이설로 포장된 정치꾼들이 내뿜는 나쁜 향기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조금은 차갑고 인간미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법질서와 우리의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지키면서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그런 좋은 향기를 가진 사람을 가려야 한다.

서두에서 사람의 향기는 용모와 인품, 능력 등에서 풍기는 종합적 이미지라고 하였지만, 진정으로 좋은 향기는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높은 지식을 가졌거나 달변의 입도 아니다. 바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어린 인품이 가장 좋은 향기가 아닐까 싶다. 사람의 향기를 생각하다 보니 평생 고향에서 사는 필자는 측근이나 지인들에게 어떤 향기를 주고 있을까? 그동안 잘못 살아온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몸이 움츠려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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