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뜸”
진주성-“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5.08 18: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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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뜸”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뜸들이기’가 필수다.

뜸은 밥이나 음식 할 때 뚜껑을 열지 않고 그대로 둔 채로 두어 안까지 익히는 것을 말하고, 사람이 일 할 때도 가만히 있거나 쉬는 것을 말한다.

커피의 뜸들이기는 커피 성분을 추출하기 이전, 천천히 물을 부어 커피가루를 팽창시키면서 커피 성분을 녹여질 수 있는 예비 시간과 가스를 배출시키는 것을 말한다.

뜸 들이는 시간이 짧으면 싱겁게 느껴질 것이고, 뜸 들이는 시간이 과하면 진하거나 떫은 맛이 추출될 수 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맛이나 로스팅 강도, 로스팅된 날짜, 굵기, 원두의 양등에 따라 뜸들이는 시간은 ​다양하다.

‘뜸’은 사람과의 관계, 특히 연인끼리 아주 중요하다.

처음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은 뜸도 없이 빠르게 추출하여 싱거운 커피를 만들어 낸다. 특히 남자들은 성질 급해서 못하겠다며 대충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맛의 커피가 되기 위해서는 커피 가루위에 물을 천천히 천천히 적시면서 커피의 반응을 바라보면서 뜸을 들여야 하고,

​적셔지는 커피는 이슬방울 떨어지는 물줄기에 자신의 가진 성분을 하나 둘 내어줄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는 뜸 들이는 시간이 없거나 너무 짧은 반면, 여자는 뜸 들이는 시간이 길거나 때론 긴 잠수를 타기도 한다.

필자 역시 사랑을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하면서 이 정도는 됐겠지 했는데 아직, 여자는 저만치서 출발도 안하는 것을 보고는 “아~ 내 사랑이 부족하구나” 하고 먼저 뒷걸음을 치기도 했다.

갓 볶여진 신선한 커피는 물 한 방울 떨어지자마자 가스가 솜사탕처럼 피어오르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잘 숙성된 커피는 머핀처럼 매끄러운 모양으로 나타내고,

​오랜 기간 지난 커피는 고목나무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고, 모래밭에 물 빠지는 것처럼 푹푹 꺼지기도 하지만, 내리는 사람의 노력에 따라 자신이 가진 모든 커피의 성분은 다 토해내고야 만다.

남자는 여자는 보다 근력이 많아 빠르게 걷거나 먼저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뒤 따라오는 여자보고 남자가 “빨리오라”고 말하지 마라. “빨리오라”고 해도 빨리 올 수도 없다.

​남자는 기다리거나 옆에서 박자를 맞춰야 한다.

커피추출도 내리는 커피에 맞추어 박자를 맞추며 지긋이 내려야 한다.

뜸도 없이 너무 급히 내리면 커피 맛도 없고, 뜸도 없이 사람을 만나면, 만나지도 못하고, 잘 못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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