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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칼럼-지리산향기46-행복이란 무엇일까요?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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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0  11: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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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잘 알지 못하는 익명의 어느 분으로부터 연말에 한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이니 묻는다고 했습니다. ‘정말 행복이란 무엇인가?’ 저도 상념에 빠졌습니다. 행복이란 말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행복한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행복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행복은 기뻐야하고 웃음이 가득해야 하고 신나야만 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거지요. 그러나 그것은 행복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는 될 수 있어도 행복 그 자체는 아닙니다.
<희노애락 힐링 콘서트>라고 해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오십이 된 제가 칠십 혹은 팔십이 넘은 어른들과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실 가당치 않은 일이었지만 모두들 제게 고개를 끄덕여 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인생이 다 나쁘지만은 않았었지요!”

찬찬히 돌아보며 행복했던 기억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자고 하면 마음에 둔 처자와 눈길이 맞아 손을 잡았을 때, 첫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불러주었을 때, 보릿고개를 넘기고 고봉 가득 밥을 담아 식구들과 둘러앉았을 때, 처음 장만한 집에 제 이름의 문패를 달았을 때, 장성한 자식이 휴가에 와서 아버지 일을 도우며 앞서 성큼성큼 걸어갈 때, 글을 모르고 살다가 한글교실에 나가 자기 이름 석 자를 썼을 때, 나이 들어 손주들이 집안에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부르며 들어설 때, 논에 벼가 누렇게 익어갈 때, 지난여름 홍수에 허물어진 어머니의 산소에 새 떼를 입히고 돌아오던 날 등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불행한 기억들도 숱하게 많지요. 일일이 열거를 하면 말하는 도중에 눈물이 나올 일도 많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기억입니다. 행복한 사람은 지나간 일 중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많이 찾으려고 합니다. 허기와 포만에 대한 예를 들어볼까요? 배가 고프다가 부른 어느 날이 있습니다. 불행한 이는 배가 고팠던 기억만 붙들고 있다가 살면서 배부른 적이 며칠 되지 않는다, 말하고 행복한 이는 배가 부른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배가 불러서 참 좋았다, 라고 합니다. 인생의 반절을 살아보면 눈치 채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삶은 다 나쁘지도, 다 좋지도 않다는 거지요.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픈 행복이라는 관념은 우리의 결정대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길거리에 앉아 농성하는 이들의 모습을 종종 봅니다. 그들에게서 나오는 분노도 봅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 모두 불행할까요? 정당한 분노와 정당한 요구는 행복하기 위한 몸부림이기에 불행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그 곁에 있다면 도리어 행복한 것이지요. 슬픔도 단순히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방송이 끝나고 애국가가 나와도 눈물이 나고 곧 있을 평창올림픽에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다며 지나간 아홉 차례의 기록을 보여주는 뉴스에도 눈물이 납니다. 분노에도 행복의 기운이 있듯 슬픔에도 행복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일상의 자잘한 나날이고 그 자잘하고 소소한 기쁨을 알아채는 순간입니다. 누군가는 알아채고 누군가는 알아채지 못하는 것,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그것을 아는 성향과 성격으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행복은 조건이 없고 불행은 조건이 있습니다. 행복은 그냥 행복한 것이고 불행은 어떤 목표가 있는 상황입니다. 돈만 있다면, 권력만 있다면, 명예만 있다면, 자상한 남편만 있다면, 날 따라주는 아내만 있다면, 공부 잘하는 자식만 있다면, 이라고 조건을 내거는 순간 행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행복마저도 꼭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에 빠지면 결코 그 순간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런 조건 없이 오늘의 나를 그냥 안아주고 위로를 밖에서 구하지 말고 내 안에서 그동안 행복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라고 이제 익명의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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