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52-역주행 또 하시렵니까?
도민칼럼-지리산향기52-역주행 또 하시렵니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24 18: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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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역주행 또 하시렵니까?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특히 어른들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도 한다. 양반과 상놈이 사라지고 왕이 신하를 뽑던 세상에서 직접 정치인을 뽑고 끼니를 걱정하던 보릿고개에서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세상이 왔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라고 말하며 경남에서는 그 옛날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분도 많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세상 설움 중에 배고픈 설움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 박정희 대통령만이 우리의 배고픔을 물리쳐주었을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그 전 장면 정부가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시 부지런하고 빠르다. 누군가 앞에서 끌어주는 길이 옳다고 판단되면 실행력이 좋은 편이다. 장면 정부 또한 경제개발을 그런 국민과 잘 끌어갔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이었다. 예로부터 무신정권이 나라를 통치하면 칼의 정치여서 언로가 막히고 부패가 성했다. 애초에 정권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사회 안정을 이유로 나섰다면 그쯤하고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어른들하고 하기가 쉽지 않다. ‘너희들은 배가 고파 보지 않아서 몰라.’ 그리고 그 지긋지긋한 이데올로기! 어른들은 빨갱이 사상이 뭔 줄 알까?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저러는 것일까? 그 옛날 배운 사람들이 모두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처럼 떠받드는 박정희 전 대통령조차도 한때는 공산주의자였다는 것을 어찌 해석할 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을 보라고 한다. 이만한 세상에 살게 해준 것은 박통과 미국 덕이라고 한다. 북한은 과연 지옥인가? 나는 어릴 때 북한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뿔이 나고 김일성은 목뒤에 혹을 매단 매우 흉측한 사람이라고 교육을 받았다가 TV에 나온 나이 들고 살집 좋은 사람이 김일성이라고 해서 매우 놀란 적이 있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자살률이 북한보다 아마 높을 것이다. 그러면 또 어른들은 배가 불러서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달라지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사람이 달라져야 세상이 달라진다. 사람이 좋아져야 세상이 좋아진다. 우리는 달라지고 좋아졌는가? 양반과 상놈이 사장님과 직원으로 바뀌고 정치는 돈을 많이 가진 놈이 조정하고 먹거리는 건강보다 판매에만 치중하여 많이 먹도록 유도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많이많이 무엇이든 빨리빨리! 허기진 하이에나도 아닌데 먹을거리를 쌓아놓고 먹어치우기에만 바쁜 세상을 살면서 세상이 좋아졌다고 우긴다. 내 창고만 채우기 바쁘고 내 가족만 챙기기 바쁘고 내 조직만, 내 지역만, 상대의 것을 뺏고서라도 가져야겠다고 악착을 떨면서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그러는 사이 내 것보다 타인을 위하여 사는 이들로 인하여 세상이 조금씩 나아져 왔다. 민주화를 위하여 희생한 이들 덕에 할 말은 하고 사는 세상이 오기도 하고 여성들의 인권을 외친 덕에 남아선호사상에서도 벗어나고 재벌의 경제비리를 꾸준히 알려주고 파헤치려는 이들 덕에 재벌의 역할을 묻기도 하고 항공사 마누라 이모씨와 딸들이 악을 쓰고 난리를 치는 모습을 보고 국적기 사용을 하지 말라고 청원을 하는 세상이 오기도 했으니 분명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다.

지난 십년, 경제를 좋게 할 거라 믿고 뽑았던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땅을 사모아 자기들 땅만 금싸라기로 만드는 모습을 보았고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대통령이 된 딸이 나라를 통치할 능력이 전혀 없어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인명이 죽어가는 것도 보았다. 비단 세월호 뿐만이 아니라 자살자도 속출하였다. 이제 그만 거꾸로 가는 역주행은 멈추었으면 한다.

그런데 하자가 있어 국민의 심판으로 물러난 이들이 또다시 링 위에 올라서겠다고 한다. 시장에서 만나 ‘어머니’하고 덥석 안아주면 또다시 도지사가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권 력의 단맛을 잊지 못해 빨갱이라는 진부한 단어와 더불어 몸서리치는 지역감정을 들고 우리 지역은 우리 당을 뽑아야 한다고 엉뚱한 설파를 하며 나서고 있다. 이제 우리 경남은 겨우 푸릇푸릇해지고 있는데 말이다. 그만 음모를 멈춰야 한다. 말장난도 멈춰야 한다. 정책만이 역주행을 막을 수 있다. 그 정책을 알아듣는 도민만이 더 나은 세상을 바랄 수 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누가 더 바르고 똑똑한지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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