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천민자본주의와 세속화
시론-천민자본주의와 세속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14 18: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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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천민자본주의와 세속화


‘천민자본주의’란 말을 막스베버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했다. 유태인의 사회정신을 지칭하면서 그 메커니즘으로 ‘정치’와 ‘투기’를 언급했다. 즉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성장, 완전고용, 금융안정, 실질임금 상승이라는 미덕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일반 국민들에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할 막대한 경제적 기회와 이득을 갈취하고, 경기마찰과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여 ‘토지투기’와 ‘자본투기’로써 착한 서민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긁어모으는 행태를 말한다. 하지만 막스베버는 천민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지칭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이 말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자의적으로 활용되기도 있다. 보통 천민자본가라 할 때 인격적 품위도, 도덕적 예의범절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성도 없는 형편없는 천민(賤民)이 야비한 방법으로 엄청난 자산을 긁어모아 ‘졸부’내지 ‘벼락부자’가 된 것에 대하여 매우 불편한 심사로 비아냥거릴 때 넌지시 사용하기도 한다. 그 부의 획득과정과 활용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세속화’라는 말도 있다. 이는 ‘신성화’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감히 손댈 수 없는 종교적 신성물에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다가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또 특정 계급이 장악하고 있었던 ‘권력’, ‘토지’, ‘자산’ 등을 보통사람들도 쉽게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권력의 세속화는 권력에 대한 민주화로, 소유의 세속화하는 사유재산에 대한 보장으로 나타난다. 권력과 재산에 대한 특정 계급의 독점이나 배타적 사용을 배격하는 것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의 평등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누구나 자기 능력과 노력으로 자기 재산을 증식하고 자기의 주체적 권력행사를 할 수 있는 굉장히 민주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른바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과 ‘빈곤의 악순환’이리는 넉시의 지적이 그것이다. 즉 선량하고 법을 지키며 열심히 노력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다른 이들을 돕는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없는 반면 사악하고 탈법을 일삼으며 야비한 방식으로 재산을 축적하며 다른 이들을 노예 및 개돼지로 취급하는 이들은 오히려 더욱 승승장구하고 지배계층을 형성하고 더 큰 사회적 기회와 재력과 권력을 장악하여 자손대대로 잘 먹고 잘산다는 아이러니가 그것이다.

세속화와 민주화라는 어휘적 개념은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어중이떠중이들이 권력과 재력을 장악하여 국가사회 전체를 엉망으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이 모습을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중우정치(衆愚政治)’라 말하며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그리하여 현명한 철학자가 권력을 잡고 정치를 하여야 한다는 ‘철인정치(哲人政治)’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공자도 사람의 품격을 ‘대인’ ‘군자’ ‘소인’으로 구분하여 ‘소인배(小人輩)’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정치는 타락하고, 백성들은 가렴주구(苛斂誅求)와 도탄(塗炭)에 빠지며, 권력을 장악한 자들은 권력에 도취되어 자기도 모른 사이에 ‘폭군’이 되어 사람의 인권과 생명조차 잔혹하게 짓밟는 흉포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고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재벌급들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잇따른 갑질 행태를 접하면서 사람의 성품과 인격과 처신에 대한 옛 사람들의 통찰력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경탄한다. 비천한 소인배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권력과 재력을 가진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어떤 스님은 ‘깜’을 ‘까르마’라 환치(換置)하면서, 만약 ‘깜’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분에 넘치는 권력과 재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으로써 전생의 업보를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거꾸로 그 엄청난 권력과 재력의 위세로써 오히려 패악질을 하며 다른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해대니 이는 스스로의 업보를 더욱 감당할 수 없이 쌓아가는 것이라 매우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매순간에서 상대적 갑질을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끝없이 성찰해 나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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