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사람을 삼키게 되면
술이 사람을 삼키게 되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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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조/진주알코올 상담센터장
경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술을 줄일 수 있는 약은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적으로 이용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알코올 사용량을 줄이는 약이 새롭게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되었다. 사람들을 술의 폐해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알코올 상담 센터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 반가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완치를 시킬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술이 주는 긍정적인 것부터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술을 조절하지 못하여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고립되는 사람을 주위에서 여전히 많이 볼 때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알코올이 통과하는 순서를 따라가며 신체 각 부위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하여 알아보면 먼저 구강, 인주, 식도의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이를 치료하지 않은 채 음주를 지속할 경우 구강암, 인두암의 발생 원인이 된다. 다음으로 위벽을 자극하여 출혈과 염증 반응을 일으켜 복통, 구토 등의 증상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암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알코올은 간에서 대사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된 지방산이 간에 축적되어 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일으킨다. 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바이러스성 간염과 달리 음주를 중단하고 적당한 운동, 체중 및 식이 조절을 할 경우 정상 간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알코올을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지방간염의 10%이상이 간경화로 진행하게 되고 복수, 복막염, 정맥류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알코올은 혈액을 따라 우리 몸을 순환하며 뇌에 도달한다. 흔히 술에 취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여 알코올이 뇌를 흥분시키는 물질로 오해하기 쉽지만 뇌의 기능을 진정시켜 정상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알코올에 의해 대뇌의 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기억력 상실, 의식의 장애를 일으키고 치매에 걸릴 확률도 일반인에 높아지게 된다.

장기간 음주를 할 경우, 심근경색이 될 위험이 2배, 백내장 또는 녹내장을 앓게 될 가능성이 1.5배, 췌장염은 3배, 장암은 2배, 기타 암 종류는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서로 간에 친밀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지나칠 경우 이처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법화경을 보면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 건강한 음주 습관을 길러 술에 삼켜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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