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자지간마저 갈라놓은 모함 꾼 여희
칼럼-부자지간마저 갈라놓은 모함 꾼 여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20 18: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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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부자지간마저 갈라놓은 모함 꾼 여희


간신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간신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모함하여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가 많았다. 심지어는 나랏일 까지 망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그 간신들의 말로 역시 비참하게 끝나고 말았다. 오래된 노래집 ‘시경’8장에 보면 ‘시월지교(十月之交)’라는 시가 있는데 옛 중국 주(周)나라의 어리석은 유왕(幽王)을 풍자하는 시이다. 부지런히 힘써 일하며 감히 괴롭다 말을 못하고 죄 없고 허물없어도 모함하는 소리 들끓는구나. 못난 백성이 받는 재앙 하늘이 내린 것 아니로다. 앞에서 칭찬하고 뒤에서 미워하니 다투어 해치는 사람 때문이로다(黽勉從事 不敢告勞 無罪無辜 讒口囂囂 下民之孽 匪降自天 噂沓背憎 職競由人).

옛날에는 일식(日蝕)을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여겼다. 태양이 생명의 근원이니 해가 사라지는 건 재앙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시인은 죄 없고 허물없는 사람들이 모함을 당하는 원한이 하늘에 닿아 재앙을 내린 건 하늘이 아니라, 사실은 사람들이 저지른 짓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의 시 구절 중에서 ‘앞에서 칭찬하고 뒤에서 미워한다.’는 말이 가슴에 닿는다. 이런 것이 바로 거짓을 꾸며서 남을 모함한다는 참언(讒言)이 아니겠는가? 이런 일들이 옛날 일만은 아니다. 지금도 그런 부류들이 참으로 많다. 뒤에서 미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투어 해치기까지 한다.

진(晉)나라 때 헌공(獻公)은 부인이 다섯 명이 있었는데 여희(驪姬)라는 여자에게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자기 아들을 태자로 세우려고 헌공이 아끼는 신하에게 뇌물을 주어 헌공에게 말하도록 하였다. 넓은 땅을 개척하였으니 그 땅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다른 부인들에게서 낳은 자식들은 모두 외곽으로 내 보내고 여희의 자식만 가까운 곳에 살게 하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 다른 부인의 아들들은 일단 왕에게서 떼어놓고 그 다음을 도모하자는 계략이었다. 아버지와 아들들을 떼어 놓은 데 성공한 여희는 주변의 오랑캐들이 우리 변방을 괴롭히고 있으니 외곽에 나가있는 왕자들에게 정벌하라고 간언을 하여 정벌에 나가게 한다. 여희의 음모는 정벌에 실패하면 책임을 물어 제거하고 성공하고 돌아오면 오랑캐를 물리친 업적을 자랑하며 왕권을 넘나다 볼 것이라고 모함하여 제거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어느 날 여희가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잘 나가는 태자에게 “임금께서 그대 모친을 만나는 꿈을 꾸었으니,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이 계략에는 엄청남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제사를 지낸 음식을 고스란히 간수했다가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와 허기가 졌을 때 태자가 어머니께 올린 제사음식이라고 내어 놓았다. 그런데 여희는 이 음식에 독약을 넣었다. 옛날에는 제사 음식 같은 신성한 음식을 먹기 전에 귀신에게 먼저 음식을 드린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면서 ‘고수레’하는 풍습이 있었다. 던진 음식을 먹은 개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이때를 놓칠세라 여희가 임금 앞에서 울면서 “태자가 드디어 왕을 없앨 음모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워요”라고 하소연 한다. 주변에서는 당장 멀리 도망이라도 가라고 태자에게 권했으나 태자는 “임금께서 아들의 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셨으니 도망을 친들 누가 나를 받아 주겠는가?”라고 탄식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여희의 계략이 성공하여 자기 아들이 왕으로 즉위하게 되었지만 진나라의 실력자요 대부였던 이극이 왕을 죽여 버린다. 온갖 공작을 꾸며 다른 여자에게서 난 아들들을 죽이고 자기 아들을 왕좌에 앉혔지만, 그 권력은 잠깐에 불과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 약초와 독초가 분간되지 않고 선과 악이 뒤섞여온 지가 오래니 우리의 세대가 지나고 나면 다음 세대역시 혼란한 역사를 기록하고 또 기록할 것이 염려스럽도다. 그래서 천지간에 지극히 높은 것은 도(道)이고 지극히 귀한 것이 덕(德)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덕치(德治)를 그 실천 강령으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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