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당신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진짜 이유
스피치 칼럼-당신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진짜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26 18:06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당신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진짜 이유


필자가 운영 중인 경남 진주와 서울 강남의 최효정스피치컨설팅에서는 면접컨설팅과 스피치컨설팅과정을 운영 중이다. 서울이나 진주나 스피치와 면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공기관 및 기업에서는 우수한 인재, 회사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을 토로하는 인사담당자들도 많다. 지원자도 자신을 잘 모르니 인사담당자들도 그들(취업준비생)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본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처롭게도 우리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오래도록 보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해서, 누가 말해 주기 전까지는 자신의 뒷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걸음걸이가 어떤지, 어떤 말을 어떻게 구사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란 어려운 것이다.

명석씨는 이번까지 총 일곱 번의 면접을 봤다. 첫 면접을 준비 할 때만 해도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 올 A+까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뒤쳐지지 않을 만큼의 평점관리도 해 왔고, 돈과 시간을 들여 토익학원도 다녔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한다고? 그렇다.

그는 누구나 다 하는 봉사활동도 3년간 꾸준히 해 왔고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는 중견기업 인턴쉽 프로그램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

지방대 출신에 특별할 건 없지만 남들 하는 만큼 ‘스펙쌓기’는 해 놓은 것 같다.

이제 그도 취준생의 신분으로 전장에 서 있었다.

첫 번째 면접은 야심차게 도전한 대기업 공채였다. 덜컥, 1차 합격을 했을 때 주변에선 난리가 났다. 생각지도 못한 쾌거였다. ‘혹시 내가 숨은 인재였나?’ 기분이 알싸했다. 주먹을 불끈 쥔 명석씨. 작년 대기업 공채에서 최종합격하여 지방대 신화를 쓴 선배 A씨를 찾았다. 선배는 조근조근 조언을 해 주었다. “대기업 공채라는게 말야. 눈치게임 같은거야. 애초에 니가 어떤 포지션인지를 봐” 선배의 조언은 이어졌다. “어차피 기업에서 볼 때 머리가 될 사람들은 해외파 중에 있거나 스카이라인으로 생각할 거야. 나머지는 팔로우 라인으로 보는 거라구. 군말 않고 성실하게 받쳐줄 사람을 뽑는 거지.”

순간, 자존심이 좀 일그러졌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우선 전장에서 승리부터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머리로 들어가든 꼬리로 들어가든 그건 차후 문제이고, 지금은 ‘취업’이라는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게 명석씨의 생각이었다. 역시, 선배를 만나고 온 건 마음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명석씨는 그 날부터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다니며, 숨겨왔던 작가본능으로 ‘면접 예상 질문’에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엇, 뭔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이건 뭐 드라마 시나리오만큼 감동적이다. 가만히 앉아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을 떠 올려보니 나란 남자 이만하면 괜찮은 청년으로 커 온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드디어 전투 날이 되었다. 면접장에 들어 선 명석씨, 이제 준비한대로만 하면 된다.

“최명석씨,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무엇인가요?” ‘오, 이거 질문이 너무 예상 그대로인거 아닌가? 이 정도 쯤이야’ 상기된 얼굴에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음음”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고 명석씨가 우렁차게 답을 하기 시작한다.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음…저, 저는 어려서부터 회사원이셨던 아버지를 존경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매일 아침 깔끔한 정장에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하셨고 저는 그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컸습니다. 음…그래서… 그러니까…제가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평소 근면 성실하셨던 아버지께서 몸소 가르쳐 주신바대로 제 청춘 가운데 근면 성실히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귀 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니까 제가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그런 이유로…만약 제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엇, 이상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말이 왜 이렇게 나오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려고 시작한 서두가 아닌데 예상답안지에 써 놓은 성격의 장단점, 성장배경 따위가 머릿속에 뒤섞여 제 맘대로 입 속에서 튀어 나왔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헝크러진 말을 수습해야만 했다. 헌데 야속하게도 계속 헛말이 나왔다. 등골이 딱딱해져 오는 것을 느꼈을 무렵 ,면접관 중 한 사람이 말을 끊었다. “저기, 최명석씨 잠깐만요.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어린시절 본 회사원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어서입니까? 그럼 꼭 우리 회사가 아니라도 되겠네요. 아침에 정장 차려입고 서류가방 들고 갈 수 있는 곳 많습니다. 자, 질문 이어가죠. 우리회사에서 최명석씨를 꼭 뽑아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무어라 말을 잇고 나왔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하튼 망했다.

첫 면접은 명석씨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 어렵다는 대기업 공채에 1차 합격을 해 놓고도 면접에서 제대로 칼도 뽑아보지 못하고 전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필자의 아카데미를 찾아와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은 명석씨.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도, 더 이상의 스펙쌓기도 아니였다.

자신이 진정 원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물음, 자신의 강점과 약점, 위협요소와 기회요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시급했다.

명석씨는 그 후 일곱 번의 면접을 더 보았고, 여덟 번째에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그가 필자의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한 훈련은 다음과 같다.
전신 거울 앞에 서 있기, 정리된 생각을 말로 설득하기, 질문의 요지 파악하기 등을 열심히 했다.

독자 여러분들은 지금 명석씨의 이야기를 엿보며 어떤 힌트를 발견하고 있는가?

자신을 객관화하는 노력에 대해 얼마만큼 수긍할 수 있는가. 전신거울 앞에 서서 오랫동안 자신을 들여다 보라. 타자가 된 자신이 자신을 볼 수 있을 때 면접 할아버지 앞에서도 쫄지 않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