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세 가지 도(道)
아침을 열며-골프, 세 가지 도(道)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20 19:09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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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 세 가지 도(道)

한 번의 골프 라운드는 대개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참 긴 시간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위 말하는 클럽을 휘두르는 스윙 혹은 퍼팅에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할 일이 없고 한가한 사람들이 이것을 조사해 봤다. 실제 스윙이나 퍼팅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7~10분 정도라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전체 시간 중에서 빼도 될 정도로 짧아도 너무 짧은 시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골프라는 운동의 본질이 스윙이니 아니니, 운동이 되니 안 되니, 집중이 안 되니, 골프장이 어떠니, 동반자가 어떠니, 캐디가 어떠니 떠들면서 골프가 어렵다고들 한다. 따라서 골프라는 운동이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어 스윙이나 퍼팅이 동반된 ‘걷기 운동’이라고 치부(置簿)될 수도 있다. 어찌되었던 골프라는 운동은 오랜 시간 ‘걷기’라는 행위가 동반된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선수들이나 동호인들도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가 선물해주는 자연을 만끽하면서, 동반자와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현재를 즐긴다. 그러면서 좀 한다는 선수와 동호인은 어떻게 홀컵을 공략할 것인지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전략과 전술을 계획한다. 가령 홀컵을 안전하게 혹은 공격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다.

러시아의 대문호(大文豪)라 불리는 톨스토이(Tolstoi)가 남긴 우화(寓話)는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는 골프라는 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할 명언임에 틀림없다. 더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에 관한 내용이다. 이것을 골프와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천천히 걸으면서도 홀컵 공략에 대한 생각에 집중함을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하고 있는 골프’라는 운동에 온갖 생각을 몰아넣어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동반자’임을 깨닫고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순간순간이 모이고 쌓여야 연속이 되고 연속이 모이고 쌓여야 영원이 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골프라는 운동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지금 이 순간, 지금 하고 있는 골프, 지금 옆에 있는 동반자를 잊고 무심코 했던 행동들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골프 라운드를 마친 후 좀 전 몇 번째 홀에서 몇 타를 까먹은 실수만 안했어도, 오늘을 위해서 며칠 전부터 연습과 시간만 더 투자했어도 잘 할 수 있었으리라 자위(自慰)하면서 현재를 이 순간의 중요성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를 되새겨보자. 또한, 지금하고 있는 ‘골프’라는 운동의 소중함을 잊고, 자연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즐기지 못하고 오로지 골프공과 홀컵만 바라보는 골프를 하지 않았는지를 반성해보자. 마지막으로 억겁(億劫)의 인연으로 지금 이 시간 내 옆에 있는 동반자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동반자를 이기지 위한 골프, 드라이버는 무조건 동반자보다 멀리 보내려는 골프, 한 타라도 잘 치면 우쭐거리며 동반자에게 설교하는 골프, 동반자가 청하지도 않는데 지적질해대는 골프, 동반자에게 자신만의 개똥철학이 골프의 전체인 양 떠들어대는 골프 등을 하지 않았는지, 조금이라도 골프공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골프, 경기 진행 순서 상관없이 막 쳐버리는 골프, 한 샷의 경기 시간(40초)을 훌쩍 넘겨서 동반자를 숨죽이게 하는 골프, 자신만의 집중력을 위하여 어떠한 대화도 없는 묵언(黙言)하는 혼자만의 골프를 해오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지금 이 순간, 골프라는 운동을 즐기고, 동반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골퍼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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