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외교적 노림수
아침을 열며-외교적 노림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13 19: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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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외교적 노림수


‘병법이란 속임수다(兵者, 詭道也)’ 손무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손자병법 시계편 제1장에 나오는 병술 중의 하나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하여 회자되고 있다. 아마도 이 구절은 인간이 더욱 진보하지 못한 채 이해관계와 생명이 걸린 전쟁을 끝없이 일으키는 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전해질 것이다.

인간은 에덴동산부터 지금까지 숨기고 핑계대고 변명하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또는 필요에 의하여 속이고 거짓말하는 이 수법을 인간은 아직까지 일상에서 늘 애용하고 있다. 나아가 손자는 인간의 이런 속성을 전쟁에 응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세상살이나 사업전략에서도 적절히 활용하도록 부주키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진보적 생각을 가진 공자와 맹자는 이런 사술(邪術)을 혐오하면서 당연히 이를 버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인간의 천진한 순수성을 진보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회복하여 지켜 나가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공자와 맹자가 그렇게나 열망하였던 순수한 방향으로 진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더 그들이 희망하였던 바와는 정 반대 방향으로 내리 치닫고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문명의 발달과 도시화시대에 있어서 인간은 심리적으로 소외되고 피폐화되어 더 악랄하게 변해가는 뉴스들 더 많이 듣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모습이 인간의 처연한 숙명인가 한다.

하여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 믿고 보는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재산의 멸살(滅殺)에 관한 문제들에 있었으랴. 특히 국가 간의 외교적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외교적 모션은 바로 해당 국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교적 행사를 그저 일회성 에피소드로 치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스런 마음가짐이다. 다단계와 사기의 종합세트가 전쟁이고 외교이기 때문이다. 외교문서는 각종 사기와 다단계 전략과 전쟁의 술수가 뒤엉킨 매끄러운 문장이다. 곳곳에 암초와 독소와 살상무기가 감춰져 있다. 외교적 프로토콜과 협상문안은 매우 매끄럽고 추상적이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만큼 그 속에 함축된 내용은 무시무시하고 잔인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그리하여 외교적 언사와 문장에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 차려 함정들과 살수(殺手)들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해당 외교적 이해문제에 직접 걸린 당사자인 해당 국민들에 있었으랴.

이번 달 27일, 28일에 북미2차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것으로 공포되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 회담에 쏠린 나의 주변인들의 감성적 반응은 극에서 극이다. 심지어 남의 일인 냥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북관계가 매우 잘 될 것이라고 막연히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돈 뺏기고 홀라당 나라 내주고, 나중엔 목숨조차 뺏길 것이라는 절망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능력을 국민들이 믿지 못하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만큼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론 우리주변에서 이런 반응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숱하게 보아온 북한정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북한정권의 술수를 늘 보아 왔기에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을 믿지 못하는 각인효과가 있다. 북한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금은 이처럼 반면의 미소를 짓지만 또 어느 순간에 잔인하게 획 돌아서 우리의 목 줄기를 뒤틀어 거머쥐고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의식이다. 철저한 속임수에 기반 한 북한의 노련한 외교적 책략에 빨려들면서 돈도 주고 간도 빼어 주고 목숨도 넘기면서 결국 나라까지 넘길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그리하여 이 시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정치적 필요에 의하여 보기 좋은 폼으로 손만 잡을 뿐 영원한 비핵화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고 단정 한다. 노련한 외교적 술수를 보이는 북한정권에 대한 두려움과 대책 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과 안타까움이 지금 너무 심하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정권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풍요로운 재산을 향유토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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