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네 가지와 일곱 가지
칼럼-네 가지와 일곱 가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1 16: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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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네 가지와 일곱 가지


중국에 오래 전해지는 인생의 ‘네 가지 큰 기쁜 일(四大喜事)’이 있다. 첫째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비(久旱逢甘霖). 둘째 낯선 타향에서 만나는 친구(他鄕遇故知). 셋째 촛불 타오르는 신혼의 밤(洞房花燭夜). 넷째 과거 급제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金榜題名時)이다. 남송의 홍매(洪邁)라는 유명 문인이 저서 ‘용재수필(容齋隨筆)’에 당시 민간의 말을 채록하면서 유명해진 중국인의 전통적 가치관이다. 또 반대로 인생의 네 가지 슬픈(四大悲事) 일도 있다. 첫째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 한 방울. 둘째 타향에서 마주친 고향 빚쟁이. 셋째 옆집의 신혼 방. 넷째 동명이인의 과거 급제소식.

그러면 일곱 가지는 무엇일까? ‘100세 시대’, ‘건강 100세’, ‘100세 인생’… 요즘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월 기준 우리나라 전국 인구는 5179만 6179명이다. 이 중 100세가 넘는 이들은 1만 8340명으로 전체의 0.03%에 불과하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100세 이상 인구는 앞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그런데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크게 일곱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건강이다. 요즘 헬스장에 가보면 60~70대들이 근육을 만드는 근력 운동을 많이 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근육이 감소하므로 적정한 근력 운동은 건강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 몸이 아프면 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노후 생활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건강을 미리미리 챙기는 습관이 일종의 재테크이기도 한 이유다. 둘째 돈이다. 특히 노후자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생활비와 품위유지비와 그리고 건강관리비이다. 생활비는 의식주와 통신비·교통비·보험료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셋째 제2의 직업이 필요하다. ‘최고의 은퇴 준비는 제2의 직업을 갖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노후에도 제2의 직업을 갖고 매월 소득을 발생시킨다면 금상첨화의 노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노년에는 청·장년 시기보다 연봉을 많이 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눈높이’를 낮추고 평소 본인이 즐기던 취미생활과 연관된 일을 찾아보면 제2의 직업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항상 내 옆에 같이 있어 줄 가족이 필요하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등지고 살거나 심지어 전화도 잘 하지 않는 자녀가 적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보살피는 일을 자녀들끼리 서로 미루는 일도 생기고 있다. 천벌을 받을 일이다. 그렇게 부모에게 불효한 대가는 나중에 자기 자식에게 분명 되돌려 받게 되는 것이 인과의 법칙이다. 다섯째 노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동창, 직장 동료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친구들이어서 만날 때 편하고 진솔한 얘기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일은 폭넓은 세상과 접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 얼굴들을 만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여섯째 취미는 필수다. 은퇴하기 전에는 바빠서 취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은퇴 후에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다. 예를 들면 혼자 서도 쉽게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적절하다. 예를 들면 그림·서예·서각·노래 배우기·공예·수석·분재·야생화 키우기·사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봉사활동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거나 원래 잘 알고 있던 내용을 심도 있게 공부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힘들게 하는 질병이다.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적인 학습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꾸준히 두뇌 활동을 하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필자는 수석과 분재와 500여 평의 농장에서 정원수를 가꾸면서 20여 년 전부터 년 간 독서 목표량을 100권으로 정하고 현재까지 꾸준히 독서를 해 오고 있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한 해도 있었고 초과 달성한 해도 있었다. 그냥 책만 읽는 것이 아니고 독서 카다록을 정리해 가면서 요점을 정리하고 책의 내용(제목·저자·출판사·발행일자·페이지 수·읽은 날자)을 정리한 것들이 일주일에 두 군데 신문사에 주당 8600자 분량의 칼럼을 쓰는 기초자료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120권을 읽었는데 금년들어서는 3월 12일 현재 46권채 책을 읽고 있으면서 소박함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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