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사월(四月), 슬픔과 잔인함 그리고 희망
진주성-사월(四月), 슬픔과 잔인함 그리고 희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31 15: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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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사월(四月), 슬픔과 잔인함 그리고 희망


사월의 시작이다. 사월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달이다. 사월에는 진달래 벚꽃 개나리 수선화가 차례로 피어나면서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북돋우게 하고 희망과 포부를 갖게 한다. 그래서 사월은 생명의 소중함을 체감하게 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사월이 주는 의미는 ‘슬픔’과 ‘잔인함’으로 다가온다. 영국의 한 시인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우리에게는 유독 사월의 아픔이 많다. 우리 현대사에서 사월은 비켜 갈래야 비켜 갈 수 없는 역동의 달인 동시에 격랑을 수반한 잔인한 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3만여명의 주민들이 희생된 4·3사건을 비롯해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은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사월의 잔인함은 수백 명의 어린 생명들이 수장된 세월호의 아픔으로 대변된다. 세월호 사고원인은 아직 규명되지도 않았고 우리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로 다가오면서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너무도 잔인하게 남아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면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과 일반승객 등 탑승인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영혼을 두고 3년 만에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인양작업을 마친 세월호는 목포항에 있다. 4월의 검은 바다가 삼켜버린 아들 딸, 그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던 엄마들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아직도 자식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은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을 애이고 있다.

노납과 같은 노인층에서는 사월의 아픈 기억이 보릿고개로 남아 있다. 사월이면 먹을 것이 제대로 없어 배를 곯던 기억에서 과거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먹거리가 넘쳐 냉장고에서 썩히거나 음식쓰레기로 버리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과거 보릿고개의 기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불교에서도 사(四)의 의미는 남다르다. 사부대중(四部大衆), 사성제(四聖諦), 사홍서원(四弘誓願), 사념처(四念處), 사향사과(四向四果) 등이 모두 숫자 4와 인연이 있는 불교용어 들이다. 사부대중은 교단을 구성하는 대중을 가리키며, 사성제는 불교의 근간이 되는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일컬음이며, 사홍서원은 불자라면 누구나 받아 지녀야 할 공통의 서원이다. 사념처는 불교에서 마음을 깨어 있게 하는 네 가지 수행법을 말하며 사향사과는 소승불교에서 네 단계의 수행목표와 그 도달경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슬픔과 아픔으로 점철된 사월이지만 봄이 완전하게 자리잡는 계절인만큼 신록의 시작과 더불어 희망과 설레임으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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