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단거리·중거리·장거리스피치(1)
도민칼럼-단거리·중거리·장거리스피치(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21 15: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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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 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단거리·중거리·장거리스피치(1)

주제 스피치(public speech)에 있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란 ‘내용의 길이’를 말하는 것이지만 이는 단지 ‘분량’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말 할 내용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면 작품(스피치) 전체의 몸집이 커지게 되고 그에 따라, 무엇을 목표로 하는 스피치인지, 대상자(청중)가 누구인지 등 세부적인 뼈대(소주제)들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스피치 내용구성 뿐만 아니라 음성표현에도 영향을 미치며 최종적인 스피치 스타일(speech image)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필자는 스피치를 하고 있는 동안의 시간(길이)을 단순히 주어진 스피치 이행시간으로 보지 않고, 완전히 다른 장르처럼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설득스피치’와 ‘연극스피치’는 각각 성격도 다르고 훈련하는 지향점도 다르다. 설득스피치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야함은 물론 원하는 목적달성을 위해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스피치의 기술이 필요하고, 연극스피치는 대사전달력을 높이기 위함이나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표현위주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장르가 다른 스피치는 각각의 훈련방법이 달라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마찬가지로 주제를 가진 퍼블릭 스피치도 길이에 따라 각각 다른 성격의 훈련 메소드가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육상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달리기’와 비교해 설명해 보려한다.

‘도구없이 맨손으로 달린다’는 점이 공통점이지만 달리기에는 크게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달리기가 있다. 숙련된 선수들은 대부분 주종목을 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세밀한 훈련을 받는다.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달려야하는 장거리달리기와 짧은 시간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해 달려야 하는 단거리달리기는 똑같은 방식으로 훈련받지 않는다. 선수 고유의 특성도 고려하겠지만 목표가 가진 특성과 신체에서 발현되는 에너지의 상관관계에 따라 훈련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 점을 보며 스피치에도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가 있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스피치 코칭방법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제가 있는 <퍼블릭스피치>의 기본 전제는 ‘청중들 앞에 나와 연단에 서서 공식적인 스피치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사가 애초부터 바랐던 목적, 얻고 싶은 결론에 따라 스피치의 내용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내용구성은 주된 내용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인데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What(무엇), Why(왜), How(어떻게)”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본적인 뼈대의 내용이 만들어지면 이제 목적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공식적인 요청에 따라 길이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란 주제로 스피치를 한다,라고 가정할 때, 3분 스피치이냐, 30분 스피치이냐, 2시간 스피치이냐,에 따라 말하고 싶은 내용을 주장과 근거 위주로 간략히 말할 수 있고, 풍부한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풍부한 볼륨의 내용을 만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연사가 공식적인 스피치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스피치 스타일이 무엇인지, 또 “단거리 스피치, 중거리 스피치, 장거리 스피치” 중 어떤 길이감의 스피치에서 자신의 특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학습자들이 필자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선생님, 당연히 긴 시간동안 해야 하는 스피치가 젤 어려운거 아닌가요? 짧게 말하고 끝내는 스피치가 젤 쉽지 않아요?”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가장 짧은 스피치에 해당하는 자기소개, 건배사, 간단한 소감 등을 말하는 스피치는 식은죽 먹기여야 할 텐데 왜 그렇지 않을까? 왜 많은 연사들이 짧은 자기소개 정도의 단거리스피치에도 연단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오히려 처음에는 긴장감이 높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을 찾은 바 있는 장거리스피치는 그럼 또 비교적 쉬운 스피치에 해당될까?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은 어떤 성향인 것 같은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단거리 스피치에 강한가, 장거리 스피치에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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