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사)경남벤처농업협회 심재현 회장
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사)경남벤처농업협회 심재현 회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4.30 18:07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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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소비패턴 변화…새로운 시장 개척해야”
▲ 심재현 회장은 “국민들의 소비패턴이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을 강조했다.

40여년 ‘농사꾼’…현재 식자재사업도 함께

올해 회원사 생산품 백만 달러 미국 수출 예정
경남과기대에 협회 사무실 이달 정식 오픈
새로운 경쟁력 ‘해외 농업영토 확보’ 강조


옛날에는 농사꾼을 이야기 할 때 하농(下農), 중농(中農), 상농(上農) 등 세 부류로 나누었다. 하농은 농사를 짓되 천성이 게을러 논과 밭에 알곡보다 잡초가 더 무성하게 자란 농사꾼을, 중농은 부지런히 알곡 농사를 잘 지어 처자식을 굶주리지 않도록 하는 농사꾼을 일컬었다. 상농은 부지런하고 지혜로워 알곡 농사를 짓기 전에 먼저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는 농사꾼을 말한다. 겨울 농한기에 이웃들은 술 마시고 화투놀이 등으로 세월을 보낼 때 하루하루를 아껴 퇴비를 만들고 농토에 열심히 실어 날라 곡식을 심기 전에 먼저 토양을 기름지게 가꾸어 나가는 농사꾼을 상농이라 했다. 상농은 농사를 농사꾼이 짓는 것이 아니라 기름진 흙이 농사를 짓는다는 이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농업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요즘에는 굳이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은 생산, 가공, 유통 등이 한데 어우러진 농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제조 가공해 유통 판매(수출)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다 관광, 체험, 치유(治癒)까지 더해가는 방향으로 농업은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사)경남벤처농업협회 심재현 회장(65)을 지난 25일 만났다. 심 회장은 “국민들의 소비패턴이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농업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2일 경남벤처농업협회 회원사가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선적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경남벤처농업협회 회원사가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선적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시장에 회원사들이 생산한 농식품을 수출했죠.
▲지난 4월 12일 부산항을 출항해 미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9개 회원사가 생산한 27개 품목 12만 달러였습니다.

-올해 수출 목표액은 얼마인지요?
▲현재 1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월에도 두 번에 걸쳐 미국으로 수출하게 됩니다. 미국 LA에 있는 ‘꽃마USA’(Cconma USA)라는 업체인데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한국산 농수산물,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입니다. 얼마 전 오프라인 매장도 개장했습니다.

-반응은 어떻습니까?
▲미국 바이어는 (우리가 보낸)20여개 품목에 상당히 만족 했습니다. 선적 당시 비가 내려 걱정을 했습니다만 별 탈 없이 미국 현지에 도착했습니다. 바이어가 곧 한국을 방문, 회원사 투어를 하겠다고 하니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수출물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바이어가 한국을 방문할 때 회원사들을 상대로 농식품 수출에 대한 특강을 실시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원 50여명을 초청해 현지 바이어가 직접 교육을 실시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유통 판매하는 분이 회원들을 상대로 수출포장 등 여러 가지 분위기를 전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현지 바이어와 MOU도 체결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시장개척의 필요성을 역설하셨는데…
▲서울 가락동 중매인들을 만나보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은 소비패턴의 변화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특히 과일의 경우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인해 가락동을 이용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우리 회원사들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국내 시장만 겨냥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농산물도 시장다변화를 이루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심 회장은 40여 년 간 농업에만 전념해온 ‘농사꾼’이다. 처음에는 꽃 농사를 해오다 지난 96년부터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있다. 주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파프리카는 농가수출의 주요 효자 품목이었으나 최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토마토 파프리카 등 채소류를 이랜드에 납품하고 있는 등 식자재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경남파프리카수출연합회 1, 2대 회장을 역임한 그는 최근 개발한 ‘파프리카 분말’이 호평을 받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이제 농업도 끊임없이 연구 노력하지 않고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면서 “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농업정책 등이 개선되어야 농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진주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때 회원사의 활동 모습.
지난해 10월 진주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때 회원사의 활동 모습.

-세계한상대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는데, 경남벤처농업협회 회원사들이 참가하셨는지요?
▲몇 번 참가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참가를)못했습니다. 올해 세계한상대회에는 참가하려고 합니다. 주관기관인 재외동포재단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마다 천여명의 해외 한상들이 참석하는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우리 회원사가 생산한 농식품 수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남벤처농업협회 회원사가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농민들도 일정하게 행정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경남농업기술원이나 경남도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 회원사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식자재 사업을 하시면서 느끼는 것이 많을 텐데요.
▲국내 식자재 사업은 대기업들이 거의 독식을 하고 있다 보니 농민들이 끼워 들 틈이 없습니다. 진주를 중심으로 서부경남 지역에 비닐하우스 단지가 수없이 많습니다만, 제대로 된 1차 가공공장하나 없습니다. 농민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거의 원물로 내 보냅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리 협회 회원사 등이 생산한 농식품을 일부라도 (식자재로)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협회 사무실을 마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어렵게 사무실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경남과기대가 대학원과정으로 6차산업학과를 운영하다 보니 우리 협회와 연관성이 많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5월중으로 이 사무실을 정식 오픈해 170개 회원사의 제품도 전시, 해외에서 바이어가 오면 한눈에 회원사 제품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회원사 농산물을 수출하는 전진 기지로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경남벤처농업협회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생각이신가요?
▲우선은 회원사의 이익증대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지요. 세계한상대회나 국제식품박람회 등에도 열심히 참가해 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 벤처회원사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 ‘치유농업’에 적극 관심을 갖도록 할 예정입니다. 현재 20개 회원사가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식당 등 부대시설까지 갖추어 유럽에서 하고 있는 ‘치유를 위한 체험농장’을 운영,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협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 활성화를 위해 젊은 농업인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앞으로 청년 농업인들을 대거 영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회를 결성할 때(2000년 5월) 회원은 불과 6명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회원님과 역대 회장님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경남도내 18개 시군에 170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심 회장은 ‘농업영토 확보’ 얘기를 꺼냈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 바나나입니다. 그런데 왜 다국적 기업의 수입에만 의존합니까? 연간 몇 백억달러 어치의 곡물을 수입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농협중앙회에서 조금만 출자해도 해외에 바나나 농장을 만들 여건은 충분히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젊은 농업인들이 해외에 진출해 얼마든지 터전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을 보세요. 그들은 진작부터 농업영토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아프리카 등 후진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큰 화두 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밀양에 건설하기로 한 ‘스마트 팜’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농산물 과잉 생산이 되면 결국 농민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 차라리 한국의 농업기술력,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 등을 가지고 해외에 농업 인력을 보내게 되면, 농업영토 확보는 물론 얼마든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경남벤처농업협회란?

2012년 설립…정보 교류·홍보 활동
올해 수출품목 육성·시장 개척 중점


사단법인 경남벤처농업협회는 지난 2000년 5월 한국농업의 발전과 생명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창의력과 벤처청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농업비즈니스를 창출해 지역사회와 농업인들의 경제적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결성됐다. 당시 6명으로 시작해 2012년 (사)경남벤처농업협회로 정식 설립됐다. 초기에는 장생도라지 이영춘 대표가 회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3대 회장도 맡아 경남벤처농업협회의 기반을 닦았다. 현 심재현 회장(큰나라 대표)은 7대 회장이다.

현재 회원 수는 경남도내 18개 시군에 모두 170명에 달한다. 사천이 25명으로 가장 많고, 하동 20명, 창녕 18명, 산청 17명, 고성 14명, 창원 진주가 각각 13명 등이다. 회원사들은 농·특산물 식품 가공 산업에 대한 정보교류 및 협동연구, 판매촉진, 국내 유통과 해외 수출 사업, 전시판매장 운영과 공동브랜드 육성, 디자인 개발, 농업인들의 매출 증대를 위한 홍보 마케팅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70개 회원사의 총 매출액은 813억2300만원이었으며, 41개사에서 419만여 달러어치의 농식품을 수출하기도 했다. 또 홍콩, 상해 등 3회에 걸쳐 글로벌 식품박람회에 참관했고, 국내 전시회에도 모두 15차례 참가하는 등 우수벤처농산물의 내수확대와 해외 수출 활동을 벌였다. 특히 차세대 핵심리더인 주니어클럽 32명을 육성하기도 했다. 벤처농업 역량강화와 융복합 산업 활성화 교육도 13차례나 실시했다.

올해는 수출품목 육성 및 상품화로 우수벤처농산물 신 수출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맞춤형 교육·컨설팅을 통한 제품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벤처농업 활성화와 협회 발전방안을 위한 워크숍을 올 상반기 중 개최하고, 마케팅 활성화 교육도 수시로 실시할 계획으로 있다. 특히 오는 10월 전남 여수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한상대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우수벤처농산물 내수확대를 위한 국내 전시회(서울, 진주 등)에도 적극 참가할 예정이다. 지역선도 벤처농업 육성 및 융복합산업 성공모델을 구축, 포장디자인 개발, 특허·상표등록, HACCP 인증기준에 맞는 시설개선 등도 추진한다. 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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