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치매
건강칼럼-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치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2 17: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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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조/경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요즘 어르신들 사이에서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딱 2~3일만 앓고 4(死)하길 바란다는 뜻)'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이다. 오래는 살되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다. 노인들께 오래 살게 되었을 때 가장 두려운 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열 분 중 여덟 분은 주저 없이 “치매”라고 대답한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이유는 ‘치매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정말 치매는 치료될 수 없는 병인가? 치매는 다양한 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나 예후도 달라진다. 약 10~15%의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30% 정도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진행을 막고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전체 치매 중 50~60%를 차지하는 퇴행성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이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최종 확진은 환자가 사망한 뒤 부검을 해서 뇌 조직을 현미경으로 봐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2004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사진을 찍어 뇌 조직에 침착 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을 보여주는 영상기법이 개발되어 임상에 적용되고 있어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1993년 타크린이라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처음 등장했다. 당시 이 약은 어둠 속에서 찾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뇌 속의 콜린은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인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는 이 물질의 농도가 낮아진다. 지금 병원에서 처방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대부분 이 콜린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통해 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약을 쓰면 분명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같이 콜린 기능을 올려주는 효과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부작용을 개선한 여러 백신이 임상시험 중에 있고, 알츠하이머병의 완치를 목표로 하는 여러 가지 치료제들에 대한 임상시험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쉽게도 왕도는 없다. 고령, 성별(여성)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지만, 이런 사항은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조절할 수 있는 요인들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예방 가능한 요인들에 대한 권고사항을 보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잘 치료해야 하고, 담배는 끊어야 하고, 비만이나 음주 조절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2015년 7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학회의 한 발표에서 노년기 외로움이 인지기능을 20%나 빠르게 나빠지게 하며 이들 노년기 외로움 중 20%는 우울증이었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고, 몸을 움직이는 활동도 줄게 되는 걸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당연히 여기지만 이런 외로움과 우울증이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신체활동(Physically Active)'. '적극적인 사회활동(Socially Active)'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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