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간위명물리(艱危明物理)
도민칼럼-간위명물리(艱危明物理)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08 17:3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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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경영학 박사
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경영학 박사-간위명물리(艱危明物理)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은 조선중기의 학자이다. 서출(庶出)로 벼슬길에 나가지 못했으나 조선중기 서인세력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할 만큼 실력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시도 지었는데 그의 시 ‘객중(客中)’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한글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나그네 귀밑털 온통 흰 눈과 같고
사귐의 정 모두 구름인 것을.
시련 속에서 사물의 이치가 분명해지고
적막해야 마음의 근원이 드러난다네.’

이 시 구절의 ‘시련 속에서 사물의 이치가 분명해 진다’는 원문으로 ‘간위명물리(艱危明物理)’이며, 이 말은 꽤 유명하고 음미할수록 공감이 가는 말이다. ‘간위명물리’의 수동적인 해석은 시련 속에서 사물의 이치가 분명해 진다이지만, 능동적인 해석은 시련 속에서 사물의 이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 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위 송익필의 시에서 나이가 들어 머리털은 하얗게 되었다는 것은 그가 세상의 쓴 맛 단 맛을 다 맛본 다양한 경험이 소유자임을 암시한다. ‘사귐의 정 모두 구름이다’라는 것은 작가 자신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가깝게 사귀던 지인들이 구름처럼 흩어지고 떠나갔음을 노래한다. 개인의 삶이라는 것은 대개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영광도 있지만 시련도 있기 마련이다. 영광의 시기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내게 시련이 왔을 때는 자신을 떠나간다는 세상살이의 이치가 분명해 졌음을 송익필은 표현하고 있다. 한 개인이 이런 세상살이의 이치를 분명히 하고 대비한다면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한편 기업과 국가의 분명한 이치가 있다. 기업과 국가는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번영하지만, 경쟁력이 사라지면 쇠퇴하고 소멸한다. 한 개인이나 생물은 쇠퇴하고 소멸하면 그만이지만, 기업이나 국가와 같이 다수의 구성원이 있는 덩치가 큰 조직은 일반적으로 그냥 쇠퇴하고 소멸하는 것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다른 기업과 국가에 예속되기도 하고 그 소속 구성원들이 극도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제1차 산업혁명을 촉발시켰고, 전기에 의한 대량생산은 제2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1, 2차 산업혁명을 잘 준비하고 적응한 국가는 생존하고 번영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구한말 이 1, 2차 산업혁명을 준비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여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백성들은 극도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제3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이 3차 산업혁명에 비교적 잘 적응하여 그나마 지금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기존의 산업(농업, 임업, 제조업, 서비스업 산업 등)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만약 이 4차 산업혁명을 잘 준비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나라가 쇠퇴하고 소멸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것은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결국 국가 경쟁력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이 시련의 경제상황 속에서 위정자들은 ‘간위명물리(艱危明物理)’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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