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족(知足)
칼럼-지족(知足)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0 15: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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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지족(知足)


석가가 생전에 한 마지막 설법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에는 팔대인각(八大人覺)이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여기서 대인(大人)은 수행자를 말한다. 따라서 팔대인각이란 불도의 수행자가 지켜야 할 8가지 항목을 뜻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욕심을 덜 내는 소욕(少欲). 둘째 조용한 곳에 사는 적정(寂靜). 셋째 자진해서 노력하고 물러서지 않는 정진(精進). 넷째 법을 지키고 잊지 않는 불망념(不忘念). 다섯째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정(禪定). 여섯째 지혜를 쌓는 수지혜(修知慧). 일곱째 올바르게 생각하는 인식(認識). 여덟째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지족(知足).

여기서 석가가 말한 지족이란 검소하고 알뜰하게 살라는 흔한 처세술이 아니다. 분에 넘치게 살지 말고 어떤 경우에나 만족할 줄 알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족하는 사람은 몸은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이고, 얻는 것을 지나치게 탐내면 몸은 부자가 되어도 마음은 가난해진다. 소욕과 지족을 붙여서 ‘소욕지족(小欲知足)’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전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만약 온갖 고뇌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면 지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족이란 마음이 풍요롭고 안락한 경지를 말한다. 지족하는 사람은 땅바닥에서 자도 편안하다. 지족을 모르는 사람은 천계(天界)에 살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며, 재산이 많아도 그 마음은 가난하다. 지족하는 사람은 비록 가난해도 그 마음은 부유하다. 지족을 모르는 사람은 항상 오욕(五慾)에 끌려 다님으로써 지족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민의 눈길을 받게 된다. 지족의 법은 곧 부락안온(富樂安穩)의 세계이다.」 또『법구경(法句經)』에는 「지족이 으뜸가는 부(富)이다.」라고 했다.

인도에서 다섯 왕들이 모여서 잔치를 벌였다. 그 때 음식을 즐기며 환담을 나누다가 “무엇이 최고의 욕애(欲愛)인가”하는 것이 화제로 떠올랐다. 한 왕은 눈에 보이는 색(色)이 제일 즐겁다고 말했다. 또 한 왕은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성(聲)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왕은 향(香)이라고 했고, 맛있는 음식 즉 미(味)를 꼽은 왕도 있었다. 마지막 왕은 아름다운 여인과 피부를 맞대는 스킨십 즉 촉(觸)이 제일이라고 말했다. 그 다섯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제일 즐거운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좀처럼 나지 않았다. 결국 다섯 왕은 석가의 판단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고 석가를 찾아갔다. 석가는 다섯 왕들의 주장을 다 듣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적당한 한도를 지키는 것이 제일가는 욕애라고 생각합니다.”어느 것이나 적당하게 즐기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한도를 지키는 것이 인생을 즐기는 요령이다. 한도를 넘으면 어떠한 즐거움도 고통으로 변한다. 그러니까 왕들도 지나친 욕망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충고한 것이다.

마음껏 사치를 부릴 수 있을 만큼 돈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값싼 보졸레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며 흥겨워할 수도 있지만, 값비싼 빈티지 포도주를 마시면서도 흡족하지 않을 수가 있다. 1억 원 짜리 오디오 세트로 듣는 음악이나 시중난전에서 파는 3만 원 짜리 녹음세트로 듣는 음악이나 감동을 주는 정도는 별 차이가 없다. 듣는 사람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최고 제품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은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그것을 가지지 못해서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것이 곧 불만족이요 불안의 요인이 아니겠는가?


매일 같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무엇이 즐거운지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했다. 그 노랫가락은 늘 정해져 있었다. “이 오두막집에서 나무를 하는 나는 세상에 둘도 없이 행복한 놈이다. 나처럼 팔자가 좋은 놈이 또 있을까?” 이 나무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왕이 호기심에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러 산으로 갔다. 그의 일터에 이르렀다. 갑자기 나타난 왕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땅바닥에 엎드린 나무꾼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왕은 “이처럼 가난하면서도 어떻게 해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느냐? 고 물었다. “전하,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가진 것은 없지만 아내와 자식이 있고 또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제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고 친구들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내도, 제 아들놈도 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모두 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뿐입니다.”왕은 크게 감동했다. 행복과 만족이란…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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