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5월의 여왕
진주성-5월의 여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1 15: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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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5월의 여왕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선 노천명은 시 ‘푸른 오월’에서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서 그린 둣이 곱고’라며 오월의 하늘을 청자의 푸른 빛깔에 비유했다. 하늘은 흠도 없고 티도 없이 마음 것 푸르렀다. 윤석중은 어린이날 노랫말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이라며 오월의 푸른 세상을 어린이들의 몫으로 돌렸다. 모두가 때 묻지 않은 청순함이고 무한한 희망이어서 드높은 기상을 열어주고 싶어서다. 하늘도 푸르고 벌판도 푸르러 산야가 온통 충만한 희망으로 마음껏 푸르렀다. 노천명이 말한 계절의 여왕 오월. 지금이 바로 그 오월이다. 희망의 계절이고 도전의 계절이다. 그래서 젊음의 계절이고 청춘의 계절이다. 오월의 여왕인 장미가 젊음의 가슴에 열정의 불을 붙인다. 아카시아 흰 꽃의 향기가 싱그러움을 더 한다. 이상의 깃발은 하늘 높이 펄럭이고 범선은 푸른 하늘에 돛을 올렸다. 외줄기 길을 따라 나그네도 걷는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도 오월 이맘때의 밀밭 길을 걷고 있을 게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늪에서 벗어나 푸른 광야를 거침없이 걸으며 ‘술 익는 마을 마다 타는 저녁 놀’을 맞이하고 싶어서다. 나그네, 그는 지금 어디만큼 가고 있을까. 5월은 해가 길어서 길 떠나기 좋은 계절이고 푸성귀가 풍성하여 이웃과도 정(情) 붙이기 좋은 달이며 오가는 사람과도 말 붙이기 좋으라고 막걸리 맛이 딱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푸른 오월의 같은 하늘 아래서 무엇이 부족해서 서로가 등 돌리고 무엇이 불편해서 단절의 벽을 쌓나.

옛날의 5월은 보릿고개다. 가을걷이의 알곡도 겨울나기로 바닥이 나고 보리는 아직 덜 여물었으니 식량이 다 떨어지는 때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의 밀도 그저 푸르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보릿고개는 역사속의 화석이 되고 춘궁기는 잊혀진 언어가 된지 오래다. 지금의 오월은 희망의 계절이고 도전의 계절이며 청춘의 계절이다. 푸른 광야를 마음껏 달려라. 민태원은 수필 청춘 예찬에서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의 새가 운다.’고 했다. 청춘, 그들이 5월의 여왕이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 푸른 5월, 청춘들이 마음껏 내달리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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