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5월을 돌아보며
진주성-5월을 돌아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8 16: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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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5월을 돌아보며

가정의 달이자 어린이날인 5일 새벽. 렌터카 속에서 네 살 두 살짜리 아들딸과 함께 30대 부부 일가족 네 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가정의 달이 원망스럽고 어린이날이 야속하다. 사채 7000만원의 빚을 매월 분납으로 갚아보려고 개인회생신청을 하여 매월 80만원씩을 갚아오다가 부부 모두가 실직을 하여 이마저도 갚을 길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왜 한 번 더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왜 한 번 더 손을 내밀지 못했을까.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도 죽을 용기를 내서 했다고 봐야 한다. 어렵고 힘들 때에 감지덕지 꾸어 쓰고 지금에 와서 형편이 어렵다고 법과 제도에 맡겨버린다는 양심적 자괴감에 얼마나 괴로워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변제계획안변경신청을 또 어떻게 낼 수 있는가 말이다. 정부의 시책을 악용하는 재주 좋고 잔꾀 많은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공제하고 매월 80만원씩을 갚아가며 가까스로 생계를 꾸려왔었는데 내외 모두가 실직을 하였으니 그 허망하고 참담함이야 본인만이 아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개인 회생신청을 한 것으로 보아 어떡해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친 것은 사실이다. 개인파산신청이나 변제계획안변경신청을 몰라서 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회생신청을 할 당시에 법률조력을 받으면서 다른 방법과 추후 할 수 있는 방법도 설명을 들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스스로의 양심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못하여 더는 손을 내밀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네 살과 두 살배기의 그 티 없는 어린것들은 엄마, 아빠랑 차타고 어딘가로 놀러가는 줄로만 알고 재잘거리며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죽음 앞에 직면한 것도 모르고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든 애기들을 바라보던 어미애비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애기들은 남겨둘까를 얼마나 고민하였을까. 무능한 부모라고 또 얼마나 자책을 했을까. 남아서 고통 받을 삶보다는 차라리 하늘나라에서 함께하자며 모질은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이를 동정심으로 봐주면 이 같은 일이 또 일어 날수 있다며 신중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맞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돌아볼 일이 있다. 나는 내 이웃과 지인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도 이야기조차 들어 줄 사람 없어 ‘말 못한 사연’으로 남겨지는 냉혹한 현실이 5월을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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