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혼란과 혼돈의 정국
진주성-혼란과 혼돈의 정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8 14: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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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혼란과 혼돈의 정국

구분이 제대로 안 돼서 혼란이 오는 것인지 뒤죽박죽이 되어 어지럽고 질서가 없어서 혼돈이 오는 것인지 요즘의 세상이 혼란스러워서 혼돈되고 혼돈되어서 혼란스럽다.

100여 명의 의원들이 고소고발 된 사태를 불러 온 페스트 트랙도 시급한 의안으로 결정이 돼봤자 의안은 본회의 의결을 거처야 하는데 왜 그리도 난리법석을 해야 하는지 헛갈려서 혼란스러웠고, 중수부를 없애놓고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도 헛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입만 열면 성역 없는 수사를 운운하던 의원님들이 검찰의 힘이 너무 막강하여 무소불위라며 검경수사권조정이니 검찰개혁이니 하는 것도 혼란스럽다.

걸핏하면 윗선이 누구고 몸통은 어디 갔냐며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성토를 해대던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검찰의 기세를 좀 꺾어 보자는데 이 또한 혼란스럽다. 무소불위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지는 않을까 하여 그러는 것 같고 일반 서민들이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바라는데 칼날이 예리하고 날카롭다고 무디게 뭉개버리자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다. 게다가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지휘만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하겠다고 하는데 말은 수사권조정이지 취지는 경찰도 수사의 시작에서부터 수사의 종결권까지 갖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굳이 검찰이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매달 연재하던 ‘윤위식의 발길 닿는 대로’의 기행수필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남해 용문사로 가는 길에 앵강만의 신전숲 그늘의 긴 의자에 앉은 백발이 고운 할머니께 말붙임을 해봤다. “저기 바다 가운데 반달같이 쌓은 돌담장이 독살 입니까?” “대나무를 둘러치면 죽방렴이고 저 건 돌로 쌓아서 석방렴이라오” “많이 잡힐까요?” “오나가나 힘센 놈들은 다 빠져나가고 잔챙이만 잡혀” 가슴이 철렁 했다. 어망이 아니라 법망의 현실을 정 조준하여 날린 화살이다.’ 이게 오늘날의 현실이 아닌가 싶은데 그것도 아닌가 싶어 또 헛갈린다.
얼마 전 조진래 전 한나라당 의원이 채용비리와 관련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오던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두고 홍준표 전 한국당대표는 정치보복이라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를 받는 중 향리 봉하에서 서거한 당시에 그는 집권여당이던 한나라당의 원내대표였다. 그것도 이것이고 이것도 그것인지 헛갈려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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