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5)-카친팜/꿀시봉 송민재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5)-카친팜/꿀시봉 송민재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19.06.24 18:2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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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농촌, 문화생활 함께하는 농장 만들고파”
▲ 카친팜 송민재 대표가 SNS 친구들을 초청해 팜파티를 열고 기념촬영을 가졌다.

아내의 요양차 귀촌 결심해 양봉업 3년째

고객들 초대 농산물 알리는 ‘팜파티’ 기획
커피·딸기따기·시낭송 등 농촌문화체험
경남도농기원·합천농기센터 지원에 감사


합천군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송민재(60) 대표는 경남의 특색있는 팜파티 문화를 개척하고 있는 강소농이다. 짧은 귀농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인터넷 친구들을 농장으로 초대해 합천군과 합천군 농산물을 알리는 팜파티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농촌에서 시낭송 등 문화관광체험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농장경영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과 농장 소개 부탁드립니다
▲(농장은 송민재 대표와 아내 박경란 부부가 꾸려가고 있으며) 농장 이름은 카친팜이고 브랜드 이름은 꿀시봉입니다. ‘벌은 쏘고 꿀은 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브랜드 이름을 지었지요. ‘시를 사랑하는 벌꿀’이라는 뜻입니다.

생산품목은 5월에는 벌꿀을 생산하고, 벌꿀이 끝나면 로얄젤리 만듭니다. 겨울에는 프로폴리스 생산을 하구요. 기본으로 유지하는 양봉 규모는 150군인데 200군까지 추가로 늘리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300~350군 전후로 키우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이동도 하구요. 충남 금산에 제2 양봉장을 100군 규모로 만들고 있습니다.

-1년 동안 농장의 흐름은 벌꿀, 로얄제리, 프로폴리스 생산인데요. 그렇다면 하루 일상은 어떤가요
▲지금은(인터뷰를 5월 9일 진행) 아침 일찍부터 농장일이 시작되는데요. 하루 종일 농장에 메여 있지요.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 내검(內檢, 벌통 내부 검사)하고 꿀 유입상황 확인해서 채밀하구요. 벌을 건강하게 키워야하니까 벌통을 열어서 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물질이 들어가는지도 확인하고 하는 것을 내검이라고 하는데 손이 많이 갑니다.

카친팜 송민재 대표(오른쪽)가 농장체험, 시낭송이 있는 팜파티를 기획해 열었다.
카친팜 송민재 대표(오른쪽)가 농장체험, 시낭송이 있는 팜파티를 기획해 열었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귀농하기 전에 아내가 미용학원을 운영했었는데 몸이 안 좋아져서 2014년 귀촌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귀촌이 아니라 귀농이 되어 버렸습니다. 올해로 5년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귀농하시고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귀농한 후에 지역민하고 융화가 잘 안되었지요. (한참을 생각하시고는) 서로 관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소통이 잘 안되고,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지요. 특히 합천지역이 조금 심한 것 같아요. 지금은 만성이 되어서 문제를 일으키기 보다는 대체로 수용하며 살지요.

-그렇다면, 농장을 만들어 가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혼자하면서 바쁘게 하다보니, 귀농 초기에 세웠던 계획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지요. 특히, 매입한 농지가 절대농지이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는데 제약이 많이 따랐습니다. 제가 산 땅이 1265평인데 양봉을 주로하고, 양계는 부업삼아 하는데 농장의 꿀을 구입하시는 분들에게 선물로 나눔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만든 꿀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땅이 절대농지이다 보니 제약이 많습니다.

-요즘 양봉농가도 많이 늘고 있는데, 다른 농장과 차별점이 있다면
▲우리농장은 정직성에 많은 중점을 두는데 말로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고객들을 초대해 팜파티나 이런 활동을 통해서 체험하고 보여드리는 농장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우리 농장 팜파티의 목적이 정직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팜파티가 우리 농장의 정직성을 보여드리는 중요한 키 포인트 활동이지요.

팜파티 행사중 화분에 대해 설명하는 박경란 대표(송민재 대표 아내).
팜파티 행사중 화분에 대해 설명하는 박경란 대표(송민재 대표 아내).

-지난 4월 27일부터 1박2일간 팜파티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팜파티를 하시면서 힘들었거나 보람 있었던 것을 꼽는다면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느닷없이 시작했고, 사실은 집사람도 긴가민가하고 별 협조를 안했지요. 그러다가 손님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아! 이게 아니구나’ 싶어 힘들게 진행했습니다. 팜파티를 마치고 나서 남는 보람과 감동을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그때 모였던 분들이 같은 감동을 깊게 느끼고, 돌아가서는 감자도 보내주시고 이것 저것도 보내왔습니다. 그걸 받아서가 아니라 고마운 마음을 직접 그분들로부터 받는다는 게 농장경영자로서는 큰 힐링이지요.

-그러면, 그날 팜파티에는 몇 분이나 오셨는지요
▲사실은 제가 시화집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1집을 비롯해서 지금 시리즈로 계속내고 있는데, 그 시화집에 작품을 내었던 분들 몇 명이서 “한번 모이자”, “한잔하자” 하고 시작했고, 그 번개모임을 공지에 올렸더니 여기저기서 “나도 하자, 나도 가겠다”고 마음이 모아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차라리 파티를 한번하자”라고 하는 바람에 판이 커진 것이지요. 처음에는 서른 서너분이 함께 하겠다고 했다가 점점 늘어서 마흔 서너분까지 늘었는데, 정작 팜파티에는 일흔 여섯분이 오신거예요.


장소를 제공한 커피농장에서 커피체험도 하고 이웃 농가에서 딸기따기 체험, 황매산 관광까지 했지요. 그날 팜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시낭송이었어요. 아주 감동적인 시간이었구요. 그날 가수 김정원님은 자신의 활동도 접고 특별히 내려와서 신나는 자리를 만들어 주셨지요.

팜파티가 마치고 나서도 “이런 팜파티는 계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자”고들 하십니다.

-일흔 분이 넘게 팜파티에 오셨는데, 그날 오신 분들이 대부분 외지분들이라는 말씀이지요
▲전부 외지인이지요. 경기도, 전라도, 부산, 울산, 충청도, 대전 이런 곳에서 오셨지요.

-그런 분들과 평소에 유대관계는 어떻게 유지하셨습니까
▲SNS 친구들입니다. SNS를 통해 평소에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SNS를 운영하고 관리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친구 수 600명 정도 되면, 평소에 접속하는 친구는 100에서 130명 정도인데, 그날 팜파티에 70명이 참석했었구요. 평소에는 눈으로만 보고 흔적을 남기지 않던 친구들도 팜파티에 왔었습니다. 그 뜻은 곧 우리가 만나는 공간인 카카오스토리를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송민재·박경란 부부가 농장에서 꿀을 채밀하고 있다.
송민재·박경란 부부가 농장에서 꿀을 채밀하고 있다.

-대표님 농장 이름이 ‘카친팜’이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그 뜻이 SNS(카카오스토리) 친구라는 뜻인가요
▲예, 그렇지요. 카카오스토리 친구들 농장, 그런 뜻입니다. 농장 이름부터 그렇게 지었지요.

-팜파티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팜파티라고 하면 6차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혹시 그쪽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는 6차 산업이라는 개념도 없이, 벌꿀 농사를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꿀을 좋아하는 고객들도 모이게 되고 해서 결과적으로는 팜파티도 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도 정기적인 모임으로 팜파티를 이어나갈까 합니다.
파주시에 있는 윤보영 시인의 시(詩) 마을과 비슷한 형태로 경남과 경북을 아우르는 시(詩)가 있는 농장, 시(詩)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우선은 시(詩)가 있는 농장을 먼저 만들어야 시(詩)가 있는 마을로 확장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시(詩)가 있는 농장을 먼저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파주에 가서 제 눈으로 확인을 하고 왔는데, 윤보영 시인의 시가 있는 마을의 시너지 효과는 참으로 상당했습니다. 시(詩)가 있는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 방문객들이 그 농장과 마을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적지 않아서, 농촌 마을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동력으로써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1회용 스틱 꿀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카친팜 브랜드 상품 ‘꿀시봉’ 선물세트.
1회용 스틱 꿀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카친팜 브랜드 상품 ‘꿀시봉’ 선물세트.

-이번 팜파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있다면
▲먼저 장소를 제공해 준 강한순 커피농장 대표님과 행사 전일 식사준비와 허드렛일까지 도움을 주신 딸기체험농장의 유미숙 대표님, 그리고 합천강소농 차원덕 회장님, 자율모임체 총무님도 많이 도와주셨지요.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의 최시양 선생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행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번 팜파티에 오시는 분들이 타 지역 분들인지라 행정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주셨지요. 당초 참가예상 인원이었던 50인분에 대한 식사비, 체험비, 그리고 각종 천막과 집기 등의 지원을 합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하셨지요. 특히 귀농귀촌 담당이신 이정환 계장님이 많은 관심과 지원, 세세한 지도를 해주셨고, 팜파티 당일에 직접 오셔서 참여도 하시고, 시(詩)도 한수 직접 낭독해 주셨답니다.

-귀농 5년차이신데 후배 귀농인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인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합천군에서는 귀농인의 집을 준비하고 있는데, 직접 와서 체류하며 농촌과 농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면, 무턱대고 땅부터 먼저 구입하고 하는 것 보다는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직접 가서 1년 정도 숙식을 하면서 그곳을 파악하고 청사진을 그려본 후에, 땅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귀농을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무턱대고 와서 무턱대고 땅을 구입하고 무턱대고 덤비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합천군에서 준비하고 있는 귀농인의 집도 그런 시스템입니다. 즉 1년까지는 안되더라도 상당한 기간을 합천군내 귀농인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땅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합천군 기후조건에 맞는 농작물을 직접 길러 보기도 하고, 이웃 농부들과 교류도 하면서 귀농을 결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그런 시설을 통해 사전 준비경험을 쌓은 후에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만들고 싶은 나만의 농장에 대하여 그려보자면
▲지금 농촌을 둘러보면 관광농원, 체험농장, 체험마을 이런 것들은 많은데, 농촌에서 하는 문화관광이나 문화체험, 문화관광체험이라는 단어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농장에 시화(詩畵)를 접목하는, 즉 시와 그림과 시 낭송이 있는 팜파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기른 먹거리, 친환경 사과, 호두, 자두, 즉석에서 내린 꿀도 따먹으면서 그림도 그리고, 시도 한수 지어보고, 시 낭송도 해보는 그러한 공간, 그런 농장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장도 준비할 생각이구요. 문화가 바로 생활이 되는 그런 농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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