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사랑스런 기자님
아침을 열며-사랑스런 기자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5 14: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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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사랑스런 기자님

경남 도민 신문사에는 참 사랑스런 여인이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 여인의 성함이 정혜연인데 그이가 일함으로써 경남 도민 신문이나 신문사도 무턱대고 사랑스럽다고 말할까 말까? 아무튼 나는 오늘 우리 정혜연 기자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말하고 싶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이가 나에게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건 아주 사무적인 일이 있을 경우다. 내 칼럼이 실리는 날짜에 기사가 넘쳐서 못 싣겠다거나 간혹 다른 사람 꼭지가 펑크가 났으니 급하게 해달라는 것 등이다. 그 짧은 통화에서도 예의 그이 향기는 여지없이 묻어난다. 누구나 기분 좋지.

거의 3~4년? 정혜연 기자가 도민신문에 근무하는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경기도에 있고 그이는 진주에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이를 이렇게 알 수 있는 것은 정 기자님이 감정을 속이는 복선 없이 정직하고 어리숙하기 때문이다. 그이는 그리고 참 수줍은 사람이다. 사무적인 이야기만 오고가다 보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번 달에도 매주 수요일에 내 꼭지가 실릴 것이니 그리 알아 라는 요지를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게 마련이다. 만난 적도 없고 변죽도 없이 어리숙하다 보니 거짓말도 못한다. 통화할 때나 메일을 읽을 때마다 그이의 고민이 읽힌다.

나는 매일매일 원고 마감과 씨름하는 기자들의 고통을 생각해서 미리미리 원고를 보내는 축이다. 그러니 원고 날짜를 지키는 선생님 에게 뭐라고 감사 표시는 해야겠는데 막상하자니 잘 할 재주도 없고 안 하자니 죄송하고 고민일 수밖에.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고민하지 말고 그렇게 딱 한 마디만 해도 된다고 한들 고민이 없어질 것인가! 짠 하지만 지켜볼 방법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게 꼭 동생 걱정되는 큰 언니처럼 마음에 자꾸 걸렸다. 나는 이렇게나마 그이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 정 기자가 의식하든 안 하든 님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보세요?” 정말 조심스럽게 정 기자가 전화를 걸어오면 나는 얼른 말한다. “아이고, 기자님, 뭡니까? 말만 해요. 왜 또 내 글 못 싣게 됐구먼” 그러면 정기자는 더 조심 조심 용건을 말한다. “아니 그게 있잖아요 기사가 넘쳐서...” 사실 내 꼭지가 쉬게 되면 나는 돌아오는 주엔 칼럼을 안 쓰도 된다. 내 일정상 일요일에 그걸 쓰는데 안 쓰면 솔직한 얘기로 얼마나 휴일이 홀가분하겠는가. 그런데도 그이는 그다지 나에게 죄송해하고 힘들어하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 휴우, 한숨을 쉴 그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했다.

정혜연 기자가 처음으로 내게 며칠 전 안부 전화를 했다. 이제쯤 그이의 전화를 받으면 웃기부터 먼저 한다. 내가 그이에게 해줄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러는 것이다. 그이는 간단한 안부를 묻고는 얼마 전에 내가 시작한 일러스트에 대해서 잠시 관심을 보였다. 통화 당시엔 몰랐는데 이후 문득 그이도 일러스트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짐작을 했다. 딱히 일러스트는 아니더라도 지금 하는 일에 더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을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을 새롭게 혁신해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고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사랑스런 혜연이 하고 싶은 거 다해, 다 하라구” 님 의 사랑스러움은 위대한 에너지라는 걸 자각하라는 당부도 드리고 싶다. 님 의 그 나긋나긋한 수줍음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귀여운 매력이라는 걸 또한 말해주고 싶다. 마땅히 미안해야 하는 일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미적거리다 두루뭉실 넘어가는 요즘 세태다. 올바르지도 않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도 저 잘났다고 외쳐대는 뻔뻔한 세상에 님 의 미안함을 아는 사랑스러움과 그 수줍음은 산소가 되어 살맛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할 사명까지도 있다고 또한 말해주고 싶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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