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저승길 진도 씻김굿
진주성-저승길 진도 씻김굿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7 11: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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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저승길 진도 씻김굿

진도는 춤과 노래의 땅 삶과 죽음 그 모든 일상에는 문화로서 춤과 노래가 존재한다. 진도의 슬픈 영혼이 있다면 밤을 새워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정신 진도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떠나가는 저승길에 북 장구가 어우러진 풍물소리를 울려 퍼지게 한다. 소복한 아낙네가 춤과 노래로서 상여를 인도하며 그 길을 닦는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죽음마저도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신명의 뿌리는 모두가 애절하게 이어지는 슬픈 가락들이다. 진도 사람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씻김굿을 해 드리는 것을 가장 큰 효도로 생각하고 있다.

씻김굿 인간문화재 전수생 이들은 자신의 직업을 예술로 여기고 서글픈 진도의 원혼이 있다면 밤을 새워 그들의 슬픔을 위무(慰撫)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진도의 밤하늘에서 이들의 춤과 노랫소리가 끊일 날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두견새가 자지러지는 봄밤의 굿소리에 사람의 애간장을 녹일 듯한 처연(凄然)함이 있다. 주무(主巫)가 징을 울리며 깊고 시름 많은 목소리로 용왕님께 비나리는 시작. 고요히 타오르던 촛불이 징소리에 놀란 듯 몸을 뒤척이고 진한 만수향, 향기가 가슴속까지 번져왔다. 이윽고 한 차례의 공수가 끝나자 무악(舞樂)을 맡고 있는 쟁이가 녹의홍상(綠衣紅裳) 각시옷 한 벌을 움켜쥐고 물을 향하여 소리쳤다. 어어어어…

혼을 부르는 소리였다. 물속에 갇혀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는 서러운 넋을 불러내는 의식이었는데 저승의 문턱을 다녀오는 소리처럼 깊은 계면조(界面調)가 깔려 있었다. 넋을 부른 후 닭 한 마리를 산채로 물속에 던졌다. 수장된 넋을 돌려받기 위한 용왕님께 바치는 재물이었다. 다시 청승맞은 대피리 소리를 연주하였고 넋이 타고 오를 건명기(手竹)를 세우고 길고 긴 사연의 무가를 풀어 나갔다. 궁한 살림이 쪼들릴지라도 씻김굿을 해야 마음이 편할 성 싶었다. 살아생전 마지막 소원으로 굿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을 불러다 굿을 한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열두 마당 해원굿 춤과 무가로 굿판의 분위기를 달구어냈다. 빗자루로 쑥물 향물 맑은 물을 번갈아 가며 씻겨냈다.

이 씻김을 이슬털이라 하는데 지옥을 면하고 극락왕생 할 수 있다는 정화의식인 것이다. 씻김이 끝나면 하얀 무명천으로 맺은 일곱 매듭의 고를 풀어내는 고풀이 순서다. 고풀이는 이승에서 맺힌 한을 풀어내는 의식인데 차일 기둥에 묶어놓은 고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영혼의 애달픔을 달래준다. 고가 풀리면 굿청에서 안방까지 길게 질베를 늘어뜨리고 넋왕석을 밀고 다니며 길 닦음을 한다. 진양조 가락의 무가로 씻김굿의 대단원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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