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손과 발
진주성-손과 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23 16: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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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손과 발

소파에 누워있는 남자가 “저기 있는 TV 리모컨 좀 줘 봐요~!”하자
심기 불편한 아내는 “당신은 손과 발이 없소!”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명절 때가 되면 군대공익을 마친 조카와 마흔을 넘긴 작은집 동생이 올지 안 올지 궁금해 졌다. 조카와 동생의 공통점은 방에서 오락하는 걸 좋아하고 운동하는 걸 싫어해 매번 볼 때마다 집에만 있지 말고 산책 나가자 했고 운동하라고 잔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작은 어머니께서는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긴 동생에게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시켜 장가 좀 보래라고 부탁을 하는데 ‘네’라는 답 대신에 ‘장가를 보낼 것이 아니라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보내야 합니다.’라고 답을 했다.

사람은 걷게끔 진화되어 왔다. 걷게 되면서 두 손을 사용하게 되었고, 도구를 만들어 사냥을 하고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오늘날의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다. 두 손 사용으로 지금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과학과 문명의 발전으로 더 많은 혜택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불을 이용해 식사 준비를 하고 커피 한잔 내려 주는 것은 사람의 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도구의 사용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아기 출산은 혼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기의 첫 만남은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받아서 보여주게 되는 것부터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반갑게 만나 악수하는 행위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 ‘언제 다시 손이라도 잡아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사람의 소원인 것처럼 손을 잡는 것은 인류애이자 사랑이며 사랑표현의 기본이다.

두 발 사용의 직립보행 역시, 생존을 위해 걷고 뛰기 위해 진화되어졌다.

전화 한 통화로 먹을 것을 구하고 집밖을 나설 이유가 없다하여 집에만 있게 되면 몸은 병들게 되어있다.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을 느끼지 못하는 신체는 정신적 육체적 황폐함으로 이어지게 되며 자연과 멀어지면 병은 가까워지고, 두 발로 걸어야 건강해 진다. 암(癌), 병(病)의 한자를 풀이하면 병들어 누워있는 한자 역(疒)자, 먹을 것을 산에서 구해라는 산(山), 입(口)자가 세 개나 합쳐 있음은 병들게 되면 누워있게 되고, 병을 고치려면 산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고로,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누워만 있다면 수십만 년 전부터 수렵생활부터 이어져 급격한 문화 발전과 사랑의 진화과정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두 손과 두 발 사용은 자신의 행복과 상대방의 행복을 지켜 줄 수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게 차 한 잔 내려 주는 것만으로도 인간다운 삶이며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으며, 차 한 잔 마시는 행위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행위의 최상위에 있다 할 수 있다.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두 발로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설렘이고, 만나 반갑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는 신체적 접촉으로 상호간의 교감과 소통이 시작된다. 바리스타의 손에서 커피가 내려지고 건네받은 커피 잔의 손잡이를 이용하여 코와 입으로 향기와 맛을 음미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간속 분위기에서 소통과 교감을 이루어 정신적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온과 행복을 갖게 된다.

결혼을 준비 중이거나 상대방이 괜찮은 사람인지 확인하려면 두 손으로 커피 한 잔 내리거나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고, 두 발로는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손가락으로 휴대폰 게임에만 집중하고 라면하나 끓이지 못하고 걷기조차 싫어하는 남자라면 평생 곰 같은 인간을 사육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랑은 “손과 발이 없소!” 이말 나오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고, 사랑의 크기는 명품백 브랜드와 가격이 아니라, 직접 손과 발을 이용한 차 한 잔 자주 함께 마시고 깍짓손 끼고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이다.

사랑은 크기가 아니라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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