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도민보감-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4 16:1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얼마 전 태풍 타파가 한반도 남부지방을 관통해서 지나갔을 때, 환자분들의 아이들이 바람, 번개와 천둥 때문에 놀라 울었다는 경험담을 전해 들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이같이 크게 놀라거나 힘든 일을 겪은 후, 즉 심리적 외상(Trauma)을 겪은 후에 호소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사건의 생존자들이 겪는 심리적 상처를 주제로 한 TV드라마도 여러 편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PTSD는 전쟁, 강간, 폭행, 테러, 홍수나 지진, 교통사고, 화재 같이 통상적으로 겪을 수 없는 위협적인 사건에서 심리적 외상을 당했을 때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장애를 말하며,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위협적인 사건을 반복적인 회상이나 꿈 등으로 재경험하고 ▲사건과 유사한 상황을 기피하고 그런 상황에 노출되거나 암시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며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잘 놀람, 가슴 두근거림, 수면장애, 안절부절못함, 식은땀 등의 자율신경계 과민증상 등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발병의 계기가 되는 스트레스의 경중은 개인의 감수성이 중요한 요인이므로 개인 따라서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심리적인 외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심리적인 외상을 겪은 후 일련의 심리행동증상이 보인다면 가능한 빨리 평가를 받고 진단결과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와 정신사회적 치료를 진행하여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가능한 한 조기 복귀하는 것이 좋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경련제 등을 일반적으로 처방하며, PTSD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인지행동요법으로는 지속적 노출치료, 인지처리치료,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치료(EMDR)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경계(驚悸)와 정충(怔忡)증에 해당하며, 심리적인 충격으로 인해 심과 담이 허약해져서 심신이 안정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심담의 기혈을 북돋워 주고 소모된 체력을 보강하며 울체되기 쉬운 기를 순환시키는 한약과 침으로 영심안신(寧心安神)하는 치료법으로 접근한다. 또한 경지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도 효과적인데, 이는 노출치료와 체계적 탈감작법과 유사한 한의학 정신치료법을 말한다.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방차로는 시호계지차를 추천한다. 시호와 계지를 2:1로 섞어서 약 2리터의 물에 한줌씩 넣어 30분 이상 약한 불에서 뭉근히 끓여내어 수시로 마시면 가슴이 뛰고 답답하며 소화가 잘 안되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에 좋다. 열대과일 Longan을 말린 용안육을 매일 30g씩 씹어 먹으면 신경이 과민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푹 잠들지 못하는 경우에 좋다. 다만 평소 소화력이 약한 분들은 소화력에 맞추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육자결(六字決)은 퇴계 이황 선생의 <활인심방(活人心方)>에도 기록되어 있는 전통호흡기공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므로 PTSD의 치료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생활건강기공법으로 활용하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