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국 어이없고 무섭게 사직했다
칼럼-조국 어이없고 무섭게 사직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5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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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조국 어이없고 무섭게 사직 했다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나?

보통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쉽다. 민주주의의 모순은 보통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알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을 줄 아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데 있다. 조국의 사의를 보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을 읽었다. 그렇게 ‘힘내’라는 위로해야 할 ‘슬픔의 위안’이었다. 며칠 전 만 하여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반대하는 집회와 지지하는 집회가 대규모 세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모든 심각한 사태를 만들고 키운 책임자가 먼 산을 보며 남 말 하듯 한다.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국민들이 조국 사태로 드러난 정권의 위선과 부도덕함에 화가 나 거리에 나왔다. 그런데 무너진 정의를 바로잡기는커녕 정권차원에서 수사를 방해하고 비리를 은폐해주려 하고 있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저항하는 국민을 향해 여권은 “불순한 군중 동원이며 내란 선동”이라고 몰아붙였다. 필자는 아직도 이렇게 묻고 싶다. 권력을 비판하는 국민은 국민 취급을 안 하겠단 말인가? 60%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가? 이제 온갖 논란을 불렀던 이 정권의 정책성에 대해 결론 내릴 때가 됐다. 문 대통령은 조국의 대통령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불통을 치닫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한 이 막무가내 정권은 도대체 누구 편인가? 국민 전체의 편인가, 친문 좌파 진영 편인가,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을 우선하는가, 특정 정파의 대변자인가? 대답은 실존주의 질문에 대해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조국은 사퇴를 하였다. 권력을 부여잡고 휘둘러 마음껏 정적을 제거해도 그들은 기득권 강자에 대항하는 약자, 그들의 주장은 언제나 불의에 대항하는 정의의 담론이다. 한국 좌파는 그렇게 ‘국정논단’담론을 만들어 정권을 탈취했고, ‘사법농단’담론으로 사법부를 장악했으며, 이제 ‘검찰개혁’담론으로 검찰 권력까지 사유화하려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문 대통령이 신임 법무부 장관의 보고를 받으면서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검찰총장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은 한편의 소극(笑劇)을 보는 것 같았다. 대통령을 그지없이 왜소하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검찰 개혁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하면 된다. 도대체 검찰 개혁이 얼마나 큰 괴물이기에 대통령이 마치 검찰과 싸우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일까? 아마도 전(前) 정권의 싹을 자른 ‘적폐청산’ 때 검찰을 부려먹은 원죄(?) 때문인가? 이제 때는 지났지만 문 대통령은 조국지지 데모를 자제시켰어야 했다. 자고로 집권당은 데모하지 않는 법이다.

찬반 간에 국민을 선동해서도 안 된다. 야당과 다르다. 여당의 독주로 정상적인 길이 막힌 야당은 선동에 나설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경쟁자 집단을 말살(抹殺)하는데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불관용(不寬容)의 원칙에 철두철미한 사람들이다. 관용은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다. 사실은 나와 우리 집단의 미래의 안전을 위해 드는 보험이다. 이 정권은 보험이 있는 줄도 모른다. 그런 집단은 어느 순간부터 보복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정권을 놓으면 죽는다는 악몽(惡夢)에 시달린다. 한 중진 정치인은 “조국 전쟁은 우리가 졌다. 하지만 총선은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때가 되면 조국은 다 잊을 것이다. 새 선거 이슈를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시키면 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여권이 총선 승리를 얘기하는 데는 나름 ‘믿는 구석’ 이 있다. 여당은 앞으로 검찰 개혁과 함께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정의당, 평화당 등과 연대를 통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범여(汎與)권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카드로 유력해진다. 내년 초 병보석으로 풀어주면 보수가 스스로 분열할 거란 얘기다. ‘김정은 답방 쇼가’나올 수도 있다. 이제 진실한 결심으로, 머리 좋고 생각 바른 사람들은 다 떠나고 물불을 못 가리는 호위무사들만 데리고는 나라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국 사태는 그 교훈을 하나 남긴 셈이다. ‘조국 사태’는 작은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대통령의 신망에 금이 가고 좌파정권의 존립가치 크게 훼손할 것이다. 국민은 임명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었다. ‘건전한 상식’의 작동(作動)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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