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1타가 중요하다
아침을 열며-골프, 1타가 중요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8 14: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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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 1타가 중요하다


요즘의 청명한 가을 하늘과 선선한 날씨는 골퍼(golfer)를 저절로 골프장(field)으로 가게 할 정도로 매혹적인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혹자는 ‘가을에는 빚을 내서라도 공을 쳐야한다’고 했었던가 보다. 그래서인지 가끔 나가는 골프장은 더 많아진 골프 손님으로 인하여 경기 시간이 꽤나 지연되기도 한다. 심지어 전반을 마치고 그늘집(start house)에서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그래도 이 좋은 계절에 없는 시간과 정열을 기꺼이 내어준 동반자로 인하여 더 없이 즐겁다. 게다가 공이라도 잘 맞아준다면 골퍼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골퍼인 중에 어느 누구도 자기가 친 타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다. 100개를 치든, 90개를 치든, 80개를 치든, 심지어 70대를 치는 사람도 자신의 타수에 관심을 가지기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특히, 경계에 서 있는 상태에서 1타는 매우 의미가 많다. 예를 들면, 100개에서 99개로 접어드는 그 1타, 90개에서 89타로 접어드는 그 1타, 80개에서 79개 즉, 싱글(single 통상 79타)로 접어드는 그 1타는 각자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어 전혀 예상치 못한 샷이나 퍼팅으로 그 한계를 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대체로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이런 경우가 반복이 되면 이것이 징크스(jinx)로 연결되어 멘붕(멘탈 붕괴(심리적 붕괴))의 상태가 된다. 이쯤되면 골프가 골프가 아닌 이상한 동작들로 이어져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내기(bet)라도 걸린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타수는 타수만큼 잃게 되고, 돈은 돈대로 잃게 되고, 새가슴이라느니, 내기에 약하다느니 등의 얘기로 인격적인 험담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1타는 비록 1타지만 매우 의미가 다른 1타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2억대의 상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는 1타는 샷이나 퍼팅을 하는 자신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수많은 관중들조차도 숨죽이게 한다. 실제 경기에서도 1타로 인하여 승부가 갈려지는 경우는 너무도 흔한 일이다. 최근 10월 14일 있었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제20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 선수도 최종라운드(FR)에서 1타 차이로 우승을 하게 되어 총 상금 10억 중에서 우승 상금 2억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대회에서 1타 차이로 공동 2위인 김지영, 나희원, 이소미, 최혜진 선수는 각각 7125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이 얼마나 큰 차이의 상금인가? 1타의 차이로 무려 3배의 상금액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러니 선수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관중도 살 떨리는 긴장감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프로선수들에 비하면 아마추어인 우리에게서 1타는 대수롭지 않게들 생각한다. 특히, 플레이 중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스코어카드(score card)를 보게 되었을 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스코어카드에 적힌 보기(bogey +1), 더블보기(double bogey +2) 때문에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100타나 90타를 못 깨는, 심지어 싱글을 못 치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일어난다. 그러면서 몇 번 홀의 OB(out of bound 공이 정해진 경기장을 벗어남)만 아니었으면, 또 몇 번 홀의 해저드(hazard 코스 안에 설치한 연못, 웅덩이)에만 안 빠졌어도 원하는 타수를 쳤을 것이라 후회를 한다. 만약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하수(下手)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지금부터라도 날아간 OB나 해저드에 빠진 공이 아니라 그린 위에서 놓친 짧은 퍼팅에 관심을 가져보자. 300M를 ‘쌩’ 하고 날아간 공도 1타, 1M 거리의 퍼팅도 1타임을 깨달아야 한다. 짧은 거리의 1타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느껴질 때 연습의 방향이 달라져 타수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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