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의 확증편향 核나르시시즘
시론-북한의 확증편향 核나르시시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06 14:41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북한의 확증편향 核나르시시즘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쏘아올리고 대륙간탄도탄(ICBM) 재개를 언급하면서 미국에게 “셈법을 바꾸라”며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고 ‘중대결심’ 임박을 시사한다. 지난 10월초 미북간 스톡홀름협상 결렬후 “연말까지 숙고하라”고 하더니, 10월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라”며 협박하고, 10월 27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를 언급하고,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한반도정세가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에는 “연평도를 잊었느냐”고 공개 위협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를 통지했다.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김정은 명의의 조의문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한지 3시간만에 북한은 대남 공격용 초대형 방사포를 쏘았다. 요즘 북한의 태도는 이처럼 거침이 없다.

도대체 북한은 뭘 믿고 그리하나. 첫째 북한은 군사 역량을 확신하고 있다. 이달초 2000km급 신형 SLBM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게임체인저 군사력을 이미 확보했다는 자신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후원하고, ‘겁먹은 개’ 한국은 ‘전쟁 불용인’(zero tolerance)을 말할 뿐이다. 그래서 미국은 결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믿는다. 둘째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약점이 많아 강하게 압박하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셋째 이미 한국은 안중에 없다. 미국과 일대일 관계를 확보했으니 ‘괴뢰 남조선’과는 대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판단은 옳지 않다. 북한의 미 본토 타격력은 확정되지 않았고 그 위력도 아직 취약하다. 미국은 이를 요격할 수 있고, 또한 선제·예방공격도 가능하다. 더구나 미국은 북한과 달리 일인독재 체제가 아니다. 아무리 트럼프 스타일이라 해도 마음대로 못한다. 특히 북한과 같은 약소국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협박하는 것은 참아내기 어렵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목적으로 흥정하려 해도 미국의 시스템과 언론이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북핵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의 재선조차 자기 손에 달려있다고 믿는 북한의 판단은 참으로 단견이다. 정녕코 재선이 어려워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공격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도 있다.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surgical strike)이다. 전쟁때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이는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안보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그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반드시 미국은 이겨야 하기에 전쟁 발발은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겠지만 한미동맹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안전과 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은 무오류의 수령체제이다. 김정은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김정은은 그 젊음 만큼이나 과도한 자신감에 차있다. 트럼프의 유화적 태도를 굴종으로 이해했을 수 있다. ‘김정은 영웅맞이’로 입증되는 한국 좌파의 열렬한 추종에 뿌듯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뿐이다’, ‘나는 옳다’는 확증편향에 빠졌다. 핵무장이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했다. 그래서 요즘 북한의 모든 행태는 핵 나르시시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핵은 강력한 비대칭무기이지만, 핵 나르시시즘은 과대망상이다. 핵대국 소련도 스스로 붕괴했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결코 김정은의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