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공생(共生)의 힘
아침을열며-공생(共生)의 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14 16: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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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공생(共生)의 힘

진화론에 의하면 지구라는 땅덩어리 위에서 가장 잘 진화된 생명체는 인간이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인간이라는 한계 안에서다. 다른 개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것은 참으로 웃기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예컨대 염소는 태어나자마자 뛰어다니는 데 인간은 일 년이 넘어도 걷는 것이 어설프다. 몇 백 년 동안 살 수 있는 소나무가 인간을 보면 인간은 백여년도 채 살지 못하는 찰나의 허무한 존재고, 도요새의 눈으로 보면 인간은 스스로 높이 날아오르지도 못하는 한심한 개체며, 물고기가 보면 물속에서 5분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약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지식의 축적, 소통의 기술, 교육의 방식을 통하여 도구와 기계를 발명하고 이로써 땅덩어리 위에 있는 모든 현상과 뭇 생명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다. 도요새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높은 하늘을 나르고, 심해바다 속 생명체들을 헤아린다. 그리고 생명의 원리를 밝혀내어 무병장수를 넘어 영원불멸하려 하며 더 나은 인류의 진화를 꿈꾸며 애쓰고 있다.

인간이 이러한 위치를 구축한 것은 ’공생‘과 ‘소통’의 ‘힘’ 때문이라고 한다. <공생자 행성>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린 마굴리스의 말이다. 인간은 여러 종류의 아메바들과 결합하여 공생체를 형성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인간으로 진화하였다는 주장한다. 반면 똑같이 단세포 아메바에서 출발하였지만 어떤 것들은 여전히 아메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어떤 종류인 아메바는 식물로, 어떤 종류는 동물로, 진화하였다. 개는 개고, 고래는 고래며, 독수리는 독수리다. 사과나무는 사과나무고, 장미는 장미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기를 보전하기 위하여 매우 공격적이며, 식물이든 동물이든 위협을 가하는 상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독성(毒性)을 생산하여 위기 시에 뿜어낸다. 그러나 이런 생명체들은 서로 공생하려는 소통기술이 사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단순하다.

물론 이것 역시 순전히 사람의 입장에서다. 가이아 이론(Gaia theory)에 의하면 이들의 소통능력은 오히려 사람보다 훨씬 탁월하고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탁월한 서식처인 지구를 스스로 오염 파괴시켜 어리석게도 스스로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는 가장 바보 같은 생명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이 아닌 다양한 지구의 생명체들은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지구 질환을 치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든 순전히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와 말해본다. 생명체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광합성 작용을 한다. 이런 광합성 작용과정에서 어떤 아메바는 지독히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행태를 고집하고, 어떤 아메바는 보다 나은 광합성 작용을 위하여 다른 아메바와 소통하고 결합하여 공생의 방식을 택한다. 그 결과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아메바는 여전히 그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으나, 오히려 굉장히 이기적이기에 그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성질의 아메바와 공생방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리하여 공생방식을 택한 아메바는 다른 유형의 유기체로 진화하였다는 견해다.

물론 이런 유형의 방식은 그렇게 진화된 같은 종(種) 안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된다. 왜냐면 그렇게 진화된 유기체는 생존, 번성을 위하여 동일한 먹이, 동일한 자원, 상대적으로 우수한 배우자를 취하기 위하여 경쟁하는 동일 종(種) 안에서의 또다시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도 다양한 유형의 아메바가 결합한 유기체로 본다, 그리하여 인간도 광합성을 하는 아메바와 마찬가지로 자기 생존을 위하여 이기적 배타적 방식을 취하든지, 소통과 공생의 방식을 택하든지 한다. 그리하여 같은 편, 같은 종족, 같은 문화, 같은 국가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다른 편, 다른 문화, 다른 국가와 투쟁하든지 결합하든지 하는 방식을 고려한다.

하여 더 정체되거나 도태당하지 않고 더 나은 유기체로 진화하는 방식은 이기적 배타적 공격적인 방식보다 ‘공생’과 ‘소통’의 방식이 효과적임을 생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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