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메스껍고 역겹다
칼럼-메스껍고 역겹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02 13: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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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메스껍고 역겹다

국민시인 김소월의 대표 시 〈진달래꽃〉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해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로 끝난다. 이 시에 나타난 연인간의 이별의 원인은 ‘메스꺼움과 역겨움’이다. ‘메스껍다’·‘역겹다’라는 형용사는 속이 불편함을 뜻한다. 그 ‘메스꺼움과 역(逆)하다’는 ‘거역하다·배반하다’라는 동사와 ‘구역질이 날 듯 속이 매슥매슥하다·마음에 거슬려 못마땅하다’는 형용사로 쓰인다. 그러니까 연인이 한때는 죽고 못 산다 할 정도로 그리워하고 정을 나누다가 이별을 할 정도의 사연이라면, 감내하기 어려운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전제하게 된다. 그러나 시의 주인공은 스스로의 행위에 자책감을 느껴서인지 원망은커녕 오히려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다가 가는 길에 뿌려줄 터이니, 이를 사뿐히 밟고 가라고 축원을 한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 보원이덕(報怨以德)의 극치가 아닌가! 아니 극기(克己)의 자비심(慈悲心)이랄까, 전통적인 한국여성인의 희생상이랄까, 요즘에야 그럴 여성이 있으랴 마는 어쨌거나 우리는 이 ‘진달래 꽃’을 통해 그 얼마나 사랑의 상실감에 위안을 받았던가.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감정은 일곱 가지로 표출된다. 이를 불교에서는 ‘칠정론(七情論)’이라고 한다. 즉 희(喜)·노(怒)·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이 그것이다. 불교에서는 애(哀)·락(樂)·오(惡) 대신 우(憂)·구(懼)·증(憎)을 쓴다. 그렇다면 진달래꽃의 ‘역겨워’는 어디에 해당할까. 어떤 사연에선가 ‘마음에 거슬려 못마땅하다’면 넓은 의미에서는 ‘노(怒)·오(惡)·증(憎)’, 즉 분노와 혐오감에 해당된다. 그러나 그 전제가 ‘사랑’이니만큼, ‘메스꺼움’이나 ‘역겨움’은 ‘애증(愛憎)’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민초(民草)들의 애환에는 관심도 없이 저희들의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추하디 추한 모습들만 보여주다가 선거 때만 되면 허스름한 복장을 하고, 사진기자들을 대동하고, 재래시장이나 고아원, 달동네나 양로원을 찾아가 큰절을 하거나 얼싸안고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들이 메스껍고 역겹게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욕(欲)’만 있을 뿐이다.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겨 놓는다는 뜻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모두‘이벤트’일 뿐이다. 선거만 끝나면 목에 기브스가 들어가고 언제 그랬느냐? 로 돌아선다. 그러하니 어찌 ‘메스껍고 역겹지’아니하랴. 더 메스껍고 역겨운 것이 있다. 그들이 입만 열면 듣게 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이다. ‘국민여러분의 심부름꾼이 되겠노라’목청을 높이지만, 기껏해야 하는 게 경조사에 돈 봉투나 배달하고, 이당 저당 옮겨 다니고, 보스의 눈치나 보다가 다행히 한자리를 맡게 되면 불법정치자금의 심부름이나 한다. 상대방의 비판이 있으면, 상투적으로 들고 나오는 변(辯)이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의 편에 서겠다’가 아니었던가? 우리국민들까지 한통속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고, 사탕발림에 놀아나는 것 같아 메스껍고 역겹기만 하다. ‘국민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이 지역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고 악을 쓰던 그 수장(首長)이라 카는 놈들 임기가 끝나고 나니 왜 이곳에서 살지 않고 잠적하고 은둔하고 물 밑으로 잠수해 버렸는가 묻고 싶다. 좀 내 놓고 가라 이 도둑놈, 사기꾼 놈들아… 약방 어디 있어? 까스활명수 사러 가야겠다. 한 병가지고는 안 되겠으니 두병 사 와라. 활명수를 두 병이나 마셨는데도 메스꺼움과 역겨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형님 그거 가지고 가라앉지 않아요! 소주나 한 잔 하러 갑시다. 요즘 소주 값도 만만치 않다던데…당협위원회에 전화나 좀 해 봐라. 이 사람 벌써 취했나! 50배야 50배… 뭐 50잔이나 마셨다고? 그런데 소주가 와 취하지 않는 거야! 옆구리에 명함이 들어온다. “어! 누구시더라?”, “저 이번에 이 지역의 커다란 일꾼이 되고자 출마한 000입니다. 기필코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한 번 확 바꾸어 버리겠습니다.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그냥 가 버렸다. “형님 그 좋은 입담 가지고 눈짓이나 한 번 잘 보내서 소주 값이라도 좀…”, “동생 난 나이 헛먹었어! 저런 짓거리에는 영 사주가 맞지 않아서…미안 하이…그만 일어서자 동생. 와이리 또 속이 메스껍고 역겹노!…활명수, 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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